[쿠키뉴스 정읍=김성수 기자] 주택 화재 현장에서 50대 지체장애 여성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든 이들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17일 오전 11시12분께 전북 정읍시 산외면 송모(67)씨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당시 집 안 주 방에는 송씨의 부인 박모(59·여)씨가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한 상태.
지제장애 4급으로 거동이 불편한 박씨는 점점 타오르는 불길에 오도가도 못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불길이 몸으로 다가오면서 박씨는 가슴과 얼굴에 2~3도 화상까지 입었다.
그 때 누군가 불길이 번지던 집 안으로 뛰어들었다. 다름 아닌 박씨의 시동생 송금석(65)씨였다. 옆집에 살고 있던 송씨는 자욱한 연기와 불길이 치솟자 자신의 위험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조건 형수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서 형수를 업쳐 메고 밖으로 빠져 나온 송씨는 연기를 흡입했다.
송씨가 형수인 박씨를 구하고 있을 무렵 밖에서는 또 다른 인척인 의용소방대원 송영섭(55)씨가 불길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외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인척 형의 집에서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한 송씨는 발걸음을 재촉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소방대원들이 도착하기 전 최소한의 불길이라도 잡아야겠다는 생각 아래 집으로 뛰어가 집에 보관 중이던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끄기 시작했다.
소화기로 불을 다 끄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송씨는 호스를 이용해 수돗물로 물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다행히 소방대원들이 도착하기 전 불이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조치를 한 것이다. 평소 소방교육을 빠짐없이 받았던 의용소방대원으로서의 빛이 발한 순간이었다.
송씨는 쿠키뉴스 전북취재본부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소방서에서 평소 배운대로 침착하게 불길에 맞선 것이 큰 힘이 됐다"며서 "이번 일을 거울삼아 시골에서도 각 가정마다 소화기를 비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고 안도의 함 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송씨는 "불을 끈 나보다도 불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형수를 구한 시동생과 그 형수가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빨리 돌아왔으면 한다"며 부상자들에 대한 걱정에 마음을 졸였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박씨가 이날 주방 바닥에 가스렌지를 놓고 콩기름을 끓이던 중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원인 등을 조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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