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9월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국회 아프리카 새시대포럼(이하 포럼)’의 창립을 알리는 첫 기념행사가 개최됐다. 아프리카에 대한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의 신호탄이었다. 포럼 회장이자 활동의 중심은 4선 이주영 의원(자유한국당)이다. 아프리카와 관련한 최근의 굵직한 결과물은 전부 이 의원의 손끝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아프리카미래전략센터 설립부터 지난해 한-아프리카재단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 등이 대표적이다.
이 의원은 왜 아프리카에 ‘꽂힌’걸까? 그는 이 검은 대륙을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를 향한 그의 애정을 확인할 겸 지난 2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 의원을 만나 그간의 자초지종을 들어봤다. 이날 자리는 아프리카 전문가인 안젤라 리씨(‘안젤라의 올어바웃 아프리카’ 방송 진행자)와 이 의원의 대담으로 진행됐다.
▷안젤라 리=포럼은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 정치권의 의지이자 관심일 것이다. 아프리카 현지에서 창립 소식을 듣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더라. 포럼 회장으로서 그간 아프리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이주영 의원=2013년 8월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아프리카를 순방할 때 동행했다. 앞서 2010년 탄자니아와 가나를 방문한 이래 3년만의 아프리카행에서 아프리카의 잠재력을 알게 됐다. 우리 기업 진출과 문화 교류가 활발해지면 상생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타국들과 비교해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한국이 아프리카에 무관심하다는 게 안타까웠다. 아프리카와의 상생의 물꼬를 트는데 내가 소임을 다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귀국하자마자 포럼 준비에 착수했다. 80여명의 의원들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국회헌정기념관에서 개최된 창립 행사에는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와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비롯해 강창희 전 국회의장과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주한 외교 사절 등이 참석하며 대성황을 이뤘다. 이렇게 시작한 정례 세미나는 현재까지 30여회에 이르고 있으며, 이 내용은 책자로도 발간됐다.
▷포럼 발족 이후 여러 사업을 진행했는데.
▶역점을 둔 첫 사업은 아프리카 활동의 구심체가 될 연구 및 상담 센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산 배정부터 난항이 있었다. 설립을 관철시키고자 외교부와 기재부, 안전행정부 등을 설득, 결국 예산 30억원 확보했고, 이러한 노력 끝에 한-아프리카미래전략센터가 설립될 수 있었다. 이후 근거 법률이 필요하다는 감사원의 제안에 따라 한-아프리카재단 설립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한 법 제정을 거쳐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됐다.
◇ 中·日 보다 한참 뒤쳐진 韓
▷한국은 2006년부터 한-아프리카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제4차 포럼은 2016년 12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아프리카 14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됐다. 그러나 2015년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OCAC)에는 52개국이, 2016년 일본의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는 50개국이 참여했다. 참여 국가의 차이는 아프리카 투자 규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06년 50억 달러를 시작으로 매회 2배씩 증액했고, 2015년에는 600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했고, 일본은 무상원조와 민간 투자를 포함한 300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 및 일본의 아프리카 ODA(공적개발원조) 및 경제협력과 비교해 한-아프리카포럼에 대한 아프리카 각국의 기대치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참여율이 저조했으리라 본다. 우리 정부의 투자 확대는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현재 외교부, 산자부, 기재부별 아프리카와의 포럼을 따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합·운영해야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통령이나 총리가 포럼을 주재토록 해 격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만 참여도를 높일 수 있고, 협력폭도 늘릴 수 있다.
▷일본과 중국 정상만 해도 아프리카 순방을 정례적으로 진행한다. 반면, 우리는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아 보인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때 아프리카 순방 외교가 이뤄졌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순방이 이어졌다. 재임 중 한 차례씩 방문하는 실정이다. 지금까지는 현안인 안보 외교에 치중하다보니 아프리카까지 관심을 둘 여력이 없었지만, 그럴수록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에 더 관심을 보여야 한다.
▷아프리카 각국은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한 부지 제공 및 세제 혜택 의지를 갖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프리카 투자 리스크를 정부가 일정 부분이나마 보장해 주길 기대하더라. 아프리카는 아직 우리 기업에게 위험 부담이 큰 ‘미지의 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기업 입장에선 아프리카 투자의 여러 리스크를 고려치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가 발전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는 기업에 대한 리스크의 보상책이 정부 차원에서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보장은 타 국가보다 더 많아야 한다.
▷서구 여러 나라들이 아프리카에 상당한 투자를 하는 목적은 자원의 확보를 위해서다. 가령, 중국의 자원 외교는 과감하게 진행된다. 국부 펀드로 단기 손실을 극복하면서 리스크에 연연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우린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일각에선 이러다 ‘자원 외교’란 말조차 언급하지 못할까 우려한다.
▶명백하게 개인 잇속을 챙긴 자원 외교는 단죄해야 한다. 그러나 공적인 가치를 추구한 것이었다면 실패해도 사법적 처리는 지양해야 한다. 투자의 손실에 무조건 사법적 잣대를 들이밀고 책임 추궁을 하면 누가 실패를 감수하면서 투자에 임하겠는가. 자원 외교의 평가는 사후가 아닌, 투자 할 당시의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옳다.
◇ 교류는 많을수록 좋다
▷아프리카에선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가 극성이다. 프랑스는 군대를 파병, 전투를 벌이고 있다. 중국 역시 세계기지를 지부티에 건설했고, 일본도 기지 확대를 진행 중이다. 우리도 아프리카 군 현대화나 훈련 등의 군사 교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프리카의 자율안보에 기여하는 형태로 말이다.
▶남수단과 레바논에는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우리 군대가 파병돼 있다. 한국 무역화물선 보호를 위해 아덴만에 주둔해 있는 청해부대나 UAE와의 군사 협력은 국익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아프리카간의 군 협력 확대는 타국보다 더 순수한 의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아프리카와의 상호 군사 협력이 필요하다면 국회도 더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논의에 임해야 한다.
▷교육 협력은 결국 양국간의 인적 교류이다. 프랑스와 영국은 아프리카의 식민 종주국으로써 아프리카는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음에도 친프랑스와 친영국의 제스처를 취하는 이유는 이들 국가에서 수학한 이들의 영향에 기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유학을 포함해 한국과의 교육 교류는 매우 저조하다. 한국과 아프리카 상호간 인적 교류 강화가 필요해 보이는데.
▶교육 교류는 다다익선이다. 이를 통해 친한파를 확보할 수 있다. 여건상 미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아프리카간 교류가 심화되면 교육 왕래도 무르익지 않을까. 그러려면 서로 왕래가 잦아야 한다. 국회 포럼은 이러한 인적 교류의 필요성을 정부에 적극 촉구할 수 있다. 재단이 교육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
▷재단의 탄생은 이 의원의 노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향후 재단의 역할과 기능, 기여에 대해 기대가 남다를 것 같다.
▶일단 2015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센터는 그간 여러 역할 수행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재정적 한계로 충분한 정보제공이나 상담 측면에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고 본다. 향후 재단법은 금년부터 시행, 재단 조직이 재편될 예정이다. 재단이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연구 활성화는 물론, 아프리카 전문가 양성을 통해 명실 공히 한국의 아프리카 진출의 중심이 되길 기대한다.
▷대중의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는 빈곤, 기아, 질병 등 편견과 부정적인 것이 많다. 이는 결국 아프리카를 다루는 미디어의 역할론과 결부지어 생각할 수 있을 텐데, 미디어가 아프리카를 어떻게 조명해야 한다고 보나.
▶아프리카는 변하고 있다. 머지않아 빈곤의 이미지를 벗고 경제·문화 등 분야에서 활발한 진출과 교류의 중요성에 초점이 맞춰지리라 예상한다. 따라서 미디어도 이를 반영, 아프리카에 대한 개척정신을 함양할 필요가 있다. 쿠키뉴스가 선두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보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아울러 국회와 재단의 여러 활동에 ‘안젤라의 올어바웃 아프리카’가 힘을 보탠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담=안젤라 리('안젤라의 올어바웃 아프리카' 방송 진행자)
정리=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