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성수기를 맞은 전국 분양시장은 소위 인기지역에만 수요자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서울과 지방간 양극화가 극에 달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는 모델하우스에 수만명의 인파가 몰리고 수억원대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하지만 지방은 미분양과 함께 웃돈은 커녕 분양가보다 가격이 떨어진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달 서울 강남 분양시장은 로또 청약 열풍이 부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당첨되면 수억원 차익을 올릴 수 있는 로또 단지로 꼽힌 '디에이치자이 개포'와 '논현 아이파크'는 높은 청약경쟁률로 1순위에서 모두 마감됐다. 두 단지는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한 만큼 기타지역 거주자에게도 청약기회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지역 내에서 마감됐다.
27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디에이치자이 개포 1순위 청약을 실시한 결과 특별공급을 제외한 1246가구 모집에 3만1423명이 몰려 평균 25.22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12개 타입 모두 1순위 서울지역 거주자 대상 청약에서 마감됐다.
논현 아이파크 역시 1순위 청약접수에서 당해 마감됐다. 특별공급을 제외하고 76가구 모집에 총 1392명이 청약 신청해 평균 18.3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용 84.89㎡가 2가구 모집에 162명이 몰려 81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지방은 청약 미달단지가 속출하면서 분양가도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114가 전국의 분양권 시세 조사 대상 아파트 215개 단지(전매제한 분양권 제외), 19만3000여 가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1.7%인 2만2578가구(33개 단지)는 분양권에 웃돈이 없거나 분양권보다 가격이 내려간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분양가 대비 웃돈이 없거나 마이너스인 가구가 많은 곳은 경기(8233가구), 경북(4014가구), 부산(3198가구), 울산(2853가구), 충북(2500가구), 경남(866가구) 등의 순으로 집계돼 지방이 다수를 차지했다.
지난해 청약 과열이 우려됐던 부산 사하·연제·진구 등도 현재는 웃돈이 없거나 분양가 이하의 프리미엄 단지가 속속 나오고 있다. 부산 해운대 아파트 대형면적은 분양가 대비 2억원 이상 떨어진 매물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 진해구와 마산합포구 일부 단지는 최초 분양가보다 1000만~3000만원 낮은 가격에 분양하는 할인분양에 나서기도 했다.
대형건설사가 분양하는 단지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건설이 지난 2월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공급한 '오창 센토피아 롯데캐'의 경우 172가구 모집에 8가구만 1순위에서 청약했다. 지난 1월 강원도 동해시 단봉동에서 분양에 나선 '단봉동 e편한세상 동해'도 637가구 모집에 157명이 접수해 0.25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4월 전국 분양시장에는 5만여 가구가 분양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지역별 청약 양극화가 더 극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분양이 잘 되는 지역에만 공급이 몰리는, 이른바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과도한 경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주택공급 시장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