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한 2018년이다. 3년 만에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우승 타이틀을 탈환했다. 지역 간 경쟁전인 리프트 라이벌즈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을 제치고 우승했다. 이제 리그 오브 레전드 팀들의 최고 목표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까지 넘보는 상황이다.
중국이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는 곧 지난 6년간 세계 최강으로 군림해온 한국이 유례없는 위기를 맞이했음을 뜻한다. 지난 2013년 SK텔레콤 T1 K가 첫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이래로 쭉 세계 패권을 지켜온 한국이다. 중국으로부터 왕좌를 지켜낼 수 있을까. 양국은 오는 10월 한국에서 2018 롤드컵을 놓고 격돌할 전망이다.
■ ‘중국 최고’ 넘어 ‘세계 최고’ 반열 오른 로열 네버 기브업(RNG)
중국에서 가장 위협적인 팀은 ‘우지’ 지안 즈하오가 버티고 있는 로열 네버 기브업(RNG)이다. 지난해 롤드컵 4강에 오르면서 경쟁력을 증명한 RNG는 2018년 비로소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들은 지난 5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서 한국 킹존 드래곤X를 3-1로 누르고 세계 최강 팀 반열에 올랐다.
이미 대륙 정벌을 끝마친 상태다. RNG는 올해 중국 지역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리그(LPL) 스프링과 서머 시즌을 재패하면서 명실상부 중국 최강 팀으로 우뚝 섰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가져간 중국 국가대표 멤버 6인 중 4인이 RNG 소속이었을 만큼 개개인 기량도 물이 올라있다.
RNG의 힘은 하체에서 나온다. ‘우지’ 지안 즈하오와 ‘밍’ 시 센밍이 지키는 바텀 라인이 핵심 전력이다. 두 선수는 한국 톱클래스 바텀 듀오를 연이어 격파하고 있다.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서 ‘프레이’ 김종인과 ‘고릴라’ 강범현을 쓰러트렸고, 아시안게임 결승에서는 한국이 자랑하는 젠지 ‘룰러’ 박재혁과 ‘코어장전’ 조용인 상대로 완승했다.
정글러 포지션도 막강하다. 중국 국가대표 정글러 ‘MLXG’ 리우 시유와 대만 무대를 평정했던 ‘카사’ 홍 하오샨이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모양새다. 두 선수 모두 한국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 왔다. ‘MLXG’는 공격적이고 즉흥적인 플레이를 즐긴다. ‘카사’는 영리하고 다재다능해 플래시 울브즈 시절부터 ‘한국 킬러’로 명성을 떨쳐왔다.
■ 인빅터스 게이밍과 에드워드 게이밍도 경계 대상
올해는 RNG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 2018 LPL 스프링과 서머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한 인빅터스 게이밍(iG)과 롤드컵 터줏대감 에드워드 게이밍(EDG)도 한국으로선 험난한 장애물이다. 두 팀은 경험 많은 한국인 미드라이너와 젊고 재능 있는 자국인 원거리 딜러를 보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iG는 지난 2014년 KT 애로우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서머 우승을 이끈 ‘루키’ 송의진이 미드라이너로 버티고 있다. iG의 실질적 에이스로 평가받는 송의진은 스프링 정규 시즌 평균 KDA 6.5, 서머 정균 시즌 평균 KDA 5.6을 기록했을 정도로 공수양면에서 수준 높은 플레이를 펼쳤다.
원거리 딜러 ‘재키러브’ 유 웬보는 iG를 상대해야 하는 팀들에게 경계 대상 1순위다. 2000년생으로 만 17세에 불과한 그는 뛰어난 메카닉(피지컬)이 최고 장점이다. 대규모 교전 시에는 최전방에 서서 데미지를 퍼붓는 외줄타기 플레이를 즐긴다. 부족한 것은 큰 경기 경험뿐이다.
EDG에서는 ‘아이보이’ 후 시안자오가 타도 한국을 목표로 최종 담금질 중이다. ‘아이보이’는 지난해 롤드컵 조별 예선에서 SK텔레콤 T1을 거세게 위협했던 원거리 딜러 유망주. 올해 그와 ‘메이코’ 티안 예가 버티는 EDG 바텀 라인은 한국 롤드컵 참가 팀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 한국 팀들은 복수 다짐·훈련 집중·우승 확신
앞서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에게 한 방 먹은 한국은 칼을 갈고 있다. 젠지 최우범 감독은 “다섯이 하나”를 강조했다. 최 감독은 지난 16일 롤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에게 지고 많은 걸 느꼈다. 이번엔 꼭 중국 팀을 이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선수들이 지금의 마음가짐을 롤드컵까지 끌고 갔으면 좋겠다”며 정신 무장을 당부했다.
젠지 바텀 듀오는 중국전 패배를 자양분으로 삼았다. 서포터 조용인은 지난 14일 그리핀전 승리 후 “아시안게임 예선 첫날 중국전을 이기고 ‘오늘 하루는 행복하겠구나’ 생각했다. 둘째 날 중국전을 이기고도 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승전을 지니 하루가 아니라 평생 아쉬움과 후회가 남을 것 같더라”라면서 킹존전 필승을 다짐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외부 요인에 신경 쓰지 않는 ‘마이웨이’를 간다. 아프리카 최연성 감독은 올해 RNG를 필두로 한 중국의 공세가 위력적이라는 세간의 평가와 관련해 “외부를 신경 쓰지 않고, 내부적으로 승리를 위한 기초적 조건을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 감독은 특정 선수에게 캐리 롤을 기대하지 않고, 그 대신 팀으로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기를 기대했다. 최 감독은 “예전부터 키맨이나 에이스가 없는 팀을 지향했다”며 “출전하는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KT 롤스터는 자신감에 차있다. 주장 ‘스멥’ 송경호는 지난 8일 2018 롤챔스 서머 시즌 우승 직후 진행된 기자실 인터뷰에서 “현 상황은 확실히 중국팀이 강세다. 그렇지만 우리의 자신감은 거의 확신”이라면서 롤드컵 우승을 자신했다. 그는 “중국 팀을 꺾는 것도 중요하지만 꼭 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국 리그 활동 당시 ‘우지’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는 ‘데프트’ 김혁규는 “중국팀이 공격적으로 하는 것은 중국 스타일이 바텀을 키우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라며 “우리 스타일로 밴픽에 따라 플레이하면 된다. 내가 공격적으로 안 해도 이길 것 같다”며 평소 플레이대로 임할 것임을 시사했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