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의 도전이 하룻밤 꿈에 그칠 위기에 처했다. 그가 사령탑을 맡은 중국 슈퍼리그 톈진의 모기업인 취안젠이 허위 광고 의혹으로 존폐 위기에 놓이면서 기존 계약이 백지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커졌다. 최악의 경우 위약금만 받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지난 16일 “취안젠 그룹은 최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창업자이자 회장인 수이후이 등 18명의 관계자가 구속되는 등 풍파를 겪었다”며 “취안젠 그룹이 지원하는 톈진 구단의 관리 주체도 톈진 축구협회로 넘어갔다”고 전했다. 이어 “톈진 구단은 자금 문제를 겪으면서 최강희 감독과 기존 계약을 이행하기 힘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지난해 10월 13년간 지휘봉을 잡았던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전북 현대를 떠나 톈진 취안젠과 계약했다. 당시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계약 기간 3년에 연봉 총액 250억원(코치진 연봉 포함) 수준의 대형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취안젠 그룹이 항암 제품의 효과를 허위 광고해 4살 아이가 죽음에 이르렀다는 주장이 지난달 말 제기되면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중국 내에 들끓었다.
결국 톈진 공안 기관이 나서 회장 등 관계자들을 구금했다. 취안젠 그룹이 운영하던 톈진 취안젠도 이에 영향을 받았다. 구단 운영 주체가 취안젠에서 톈진시 체육국으로 넘어갔고 구단명인 취안젠은 톈진 텐하이로 변경됐다.
구단 예산의 대폭 삭감도 불가피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취안젠 그룹은 구단에 2000억원 이상의 거금을 투자했다. 브라질 축구 스타 파투를 비롯해 벨기에 국가대표 미드필더 비첼 등을 영입했다. 하지만 톈진시가 보유한 예산으로는 구단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시나스포츠에 따르면 텐하이는 지난 15일 최 감독에게 계약 취소 요청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런 해임 통보를 받은 최 감독은 전지훈련지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중국으로 돌아와 구단과 대화를 나눴다. 현지 언론은 텐하이가 최 감독에게 600만 달러 삭감된 200만 달러(약 22억원)의 연봉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최 감독은 당초 17일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이후 마음을 바꿔 다시 UAE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오후까지도 거취에 관한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최 감독은 2005년부터 2018년까지 13년간 전북 현대를 지휘하면서 리그 우승 6회,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를 이끌었다. 더 큰 무대에서의 도전을 꿈꿨지만 예기치 못한 불상사로 인해 미래조차 불투명해졌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