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손흥민이 몸을 사렸다고요?

[옐로카드] 손흥민이 몸을 사렸다고요?

기사승인 2019-01-29 06:00:00

이토록 비판을 한 몸에 받았던 적이 있었을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2019 아시안컵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 0-1로 패한 뒤, 성난 여론은 이날 부진했던 캡틴 손흥민(토트넘)을 겨냥했다. 이들은 아쉬운 경기력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그가 ‘태업을 했다’는 식의 모함을 이어갔다. 손흥민은 단 1경기 만에 ‘배부른 선수’로 전락했다.

카타르전 당시 손흥민의 몸놀림이 유독 무거웠던 건 맞다. 평소보다 볼 터치도 적었고 과감한 돌파 시도 역시 없었다. 기본적인 패스 연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히 이를 놓고 ‘손흥민이 몸을 사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그토록 책임감이 결여된 선수였다면 중국전 출전을 자처했을 이유가 없다.

손흥민의 아시안컵 부진은 체력 저하로부터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스쿼드가 얇은 편에 속하는 토트넘, 그리고 로테이션에 소홀했던 대표팀 사정이 손흥민을 지치게 만들었다.

손흥민의 최근 2달간 출전 일지를 보면 살인적이다. 카타르전 직전까지 17경기를 소화했고 플레이 시간은 1288분에 이른다. 휴식시간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90% 이상이 선발 출전이었고 출전 간격도 2~3일로 매우 짧았다. 아시안컵에 합류하기 직전 치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전 움직임만 봐도 손흥민의 컨디션이 바닥을 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해외 축구에 정통한 관계자는 “A매치 휴식기 이후 손흥민의 컨디션이 반등한 것은 맞다. 그런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맨유전에 이르러서는 터치가 무거워졌다”며 손흥민은 좋은 오프 더 볼 움직임이 있을 때 더욱 위력적이다. 결과론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중국전은 쉬는 게 맞았다. 체력이 떨어지니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손흥민이 중국전 이후 5일간의 휴식기를 가졌기 때문에 체력에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익히 알려져 있듯 손흥민은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부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친선전을 거치는 강행군으로 피로가 상당히 누적된 상태였다. EPSN에 따르면 그가 6월부터 9월까지 기록한 이동거리는 무려 4만7700마일(7만6765km)이다.

A매치 휴식기에 안정을 취하며 기량을 끌어 올렸지만 이후 15경기에서 또 한 번 혹사당하며 체력을 소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행한 중국전 출전은 치명타에 가까웠을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도 탈락 후 가진 인터뷰에서 “몸 상태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며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자려고 해도 그런 부분이 잘 안됐다”고 체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사실을 뒤늦게 토로했다.

손흥민에게 잘못이 있다면 본인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서도 중국전 출전을 자처했다는 것이다. 지나친 책임감이 오히려 본인과 대표팀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손흥민은 선수 생활 내내 태극마크를 향한 애정을 표현해 왔다. 대회에서 아쉽게 탈락할 때마다 아쉬움과 분함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전, 독일전에서 그가 쏟은 눈물을 본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다. 손흥민이 군복무를 면제 받은 뒤 절실함이 사라졌고, 위기에 빠진 토트넘을 생각해 대표팀에서 소극적으로 플레이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도한 억측이다. 손흥민은 '안 뛴 것'이 아니라 '못 뛴 것'이다. 

김동완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손흥민은 중국전을 앞두고 2~3일 간격으로 꾸준히 출전했다”며 “중국전 출전이 이번 대회 부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바레인전까지 5일을 쉬었다고 하지만 선수들에겐 리듬이라는 게 있다. 환경, 시차도 모두 달라 그 리듬이 흐트러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루만 잠을 제대로 못자도 힘들지 않나. 손흥민 본인은 얼마나 속을 썩였겠냐”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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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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