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현상 해결도 보고해야 하는 업체 고발합니다”

“생리 현상 해결도 보고해야 하는 업체 고발합니다”

기사승인 2019-07-15 20:30:00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 날 노조 고발 기자회견
금속노조 “노사 관계도 후진적인 데다 인권 침해까지”



“회사 지침에 따라 화장실을 가야 하는 생리 현상도 성별이 다른 관리자에게 보고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 시간까지 확인하는 이곳이 정녕 회사인가요?”

경남 김해의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인 ‘대흥알앤티’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이 15일 이같이 토로했다.

이 여직원은 회사 지침 때문에 생전 걸려본 적이 없는 ‘급성방광염’에 걸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7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최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근무지침’을 내렸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에 이어 올해도 영업손실과 당시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업무지시 준수 ▲작업복 착용 준수 등 7가지 지침을 정하고 직원들에게 지킬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일부 지침이 인권 침해 등의 논란 소지가 있어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문제가 된 지침은 ‘근무지 이탈 금지’ 항목으로, 회사는 구체적으로 화장실 이용과 흡연, 개인사유 근무지 이탈을 불가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일부 여직원들은 남자 관리자에게 생리 현상 해결을 위해 화장실을 가야 한다고 보고해야 했다.

또 관리자들은 여직원들이 화장실에 얼마나 있었는지 시간도 일일이 확인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여직원들은 수치심에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고, 결국 급성방광염으로까지 이어졌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6년을 이 회사에 다닌 40~50대 여직원 4명이 최근 급성방광염 진단을 받아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전에는 이런 병을 앓은 적도 없었거니와, 남자 직원에게 보고하는 것도 모자라 화장실 앞에서 시간을 체크하는 정도인데 어떻게 마음 놓고 볼 일을 볼 수 있겠냐”고 성토했다.

한 여직원은 “사람 사는 게 아니다. 마치 감옥 과도 같다”면서 “이런 감시를 받고 있는 우리는 노예 같다”고 울먹거렸다.

게다가 직원들 연차 사용 부분에 대해서도 꼬치꼬치 캐묻는 통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노조는 사측의 이런 지침은 후진적인 노사 관계뿐만 아니라 인권 침해 요소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관계자는 “생산성 향상 목표가 인권 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리는 지켜야 하는 게 상식”이라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본적인 근무지침을 강화했으며, 화장실 핑계로 근무지를 이탈하지 말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회사는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5일 “근무시간 중 화장실 사용은 직원 개인 의사 및 필요에 따라 이용 가능하다”면서 한 발 물러섰다.

금속노조 대흥알앤티지회는 16일 경남도청에서 사측의 인권 침해 논란 지침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김해=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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