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정보화 사회에서 소외계층의 정보접근이 중요시되고 있다.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이들을 기술 수혜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나가는 주체로 참여시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기업은 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로 주로 단순 반복 업무를 제공해왔지만 최근엔 교육을 통해 보다 전문적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채용 방식이 바뀌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장애인은 258만명이다. 사회 문제 중 하나인 일자리 구하기의 어려움은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조사한 지난해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를 보면, 장애인 고용률을 34.5%로 전체 인구 고용률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특히 이들 중 60%는 비정규직으로 불안정한 일자리를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애인도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채용하고 지원하는 기업들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5월 '소셜밸류 커넥트 2019' 행사에서 SK가 그동안 장애인 고용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자 이를 인정하고 "장애인 고용 무조건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이 자신의 관심영역을 찾고 ICT 기업에서 비장애인과 차별없이 근무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 중이다.
SK텔레콤 자회사이자 음악플랫폼 플로(FLO)의 운영사인 드림어스컴퍼니는 청년장애인들을 채용해 음악 콘텐츠 전문가로 육성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채용하는 직군은 앨범이나 곡 관련 정보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추천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하는 뮤직서비스 직군이다. 음악을 좋아하거나 음악 전공인 청년장애인 인재들도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회다. 지난 8월 처음으로 8명을 정식 채용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고, 이달부터 2020년 신규 채용을 위한 모집을 시작했다.
플로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청년장애인 고용확대도 그 중 하나”라며 “보통 기업들은 장애인들을 위한 직무를 별도로 만들어 단기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은데, 플로는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같은 일을 하면서 그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음악콘텐츠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육성하는데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SK C&C는 양질의 청년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2016년부터 장애인 IT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인 ‘씨앗’을 운영 중이다. SK C&C는 대학교 졸업예정자 혹은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장애인 교육생 선발부터 여러 기업들을 얼라이언스로 참여시키고, 기업별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ICT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기업별 채용 수요에 따라 ▲IT소프트웨어개발자 과정 ▲IT 정보보안 과정 ▲IT 사무서비스 운영 과정 등 총 3개반을 운영했다. 올해 6월 씨앗2.0 프로그램 3기 수료생 23명 중 21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이들은 현재 SK C&C, SKB, SK인포섹, 티라유텍, 윈스(WINS) 등 5개사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현재 미취업 청년장애인들에 대해서도 연말까지 취업을 확정 짓는다는 목표다.
2017년과 2018년에 수료한 44명 중 38명도 삼성경제연구소, 현대카드, 포스코ICT, 신세계아이앤씨, 효성티엔에스, 한국과학기술원 등 다양한 회사에서 S/W 개발과 IT운영자 등 ICT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장애인들 사이의 ‘취업문’으로 통하고 있다.
SK C&C 관계자는 “사회공헌으로서 단발적으로 봉사를 하는 것보다는 자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와 사회적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지점을 연결했다”며 며 “IT기업과 관련해 꼭 IT 직무와 연관될 의무도 없다고 생각해 더 많은 직무와 관련된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사내 카페 바리스타로 장애인 바리스타를 고용했다. SK는 '사회적 가치' 창출의 하나로 장애인 바리스타 26명을 고용하고 사내 카페 3곳을 일터로 제공한 바 있다. 고용된 장애인들은 SK C&C 사옥과 판교캠퍼스의 사내 카페인 카페포유 3곳에 배치돼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