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 서민을 위해 마련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임대주택이 외려 이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최근 5년간 공실률이 역대 최다 기록을 내고 있어서다.
비어 있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임대료와 관리비, 투자 손실 등은 모두 LH에서 떠안아야 한다. 이에 임대주택 공급 시 임대수요, 주변 인프라 등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경태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LH가 관리하는 임대주택 중 현재 비어 있는 집은 2만1744호(공가구분 기준: 6개월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2019년 1만5933호)보다 36.4%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1년 이상 비어 있는 집은 9956호로 지난해(5562호)에 비해 약 2배가량 증가했다.
최근 5년 동안 전체 임대주택수 중 비어 있는 임대주택 비율은 역대 최다 수준이다. 지난 2016년 0.77%였던 공가율은 ▲2017년 0.93% ▲2018년 1.15% ▲2019년 1.56%를 지나 올해 8월 기준 2.52%까지 치솟았다. 현재 LH가 관리하는 총 임대주택 수는 86만1014호다. 총 임대주택 수는 지난해보다 1.5% 가량 증가한 반면, 비어있는 집의 수는 대폭 상승한 것이다.
비어 있는 기간별로 살펴보면 6개월~1년 동안 비어 있는 집이 1만1788호로 가장 많았다. 이어 ▲1~2년 7282호 ▲2~3년 1645호 ▲3~4년 474호 ▲4~5년 233호 ▲5년 이상 322호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기권에서 빈 집이 가장 많았다. 현재 6408호가 비어 있는 상태다. 이어 ▲경북 1995호 ▲경남 1949호 ▲전북 1834호 ▲충남 1465호 ▲충북 1380호 ▲부산 1287호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마련된 행복주택이 오히려 이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었다. 주택유형별 임대주택 공가율로는 ▲신축다세대 9.1% ▲행복주택 8.5% ▲매입임대 3.2% ▲공공임대 2.3% ▲국민임대 2.1% ▲영구임대 1.7% ▲기타 1.2% 순으로 높았다. 이중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의 경우 지난해 4%에서 올해 8.5%로 공가율이 크게 올랐다.
실제 공실이 가장 많은 10개 단지 중 행복주택이 5개 단지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예컨대 경기 화성은 608호 중 364호가, 전북 정읍은 600호 중 364호가 공가로 한 단지 내 절반 이상이 6개월 이상 빈집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비어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LH에서 지출되는 관리비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LH에서 공가 관리비로 지출한 비용은 총 375억원에 달했다. 올해의 경우 지난 8월까지 집계한 결과 140억원이 넘었다. 이는 지난 5년 내 역대 최대 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6년 35억5400만원 ▲2017년 43억7100만원 ▲2018년 62억2400만원 ▲2019년 94억500만원 ▲2020년 8월 140억4400만원 수준이었다.
이와 관련 LH는 공가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주택 노후화, 신규 사업지구의 단지 미성숙에 따른 계약률 저하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경태 의원은 “청년을 위한 행복주택이 오히려 청년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며 “공실이 되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해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는 하고, 공급 중이거나 공급 예정인 주택에 대해서도 청년들의 요구가 반영되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애초 수요조사가 잘못된 건 아닌지, 교통과 인프라 여건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정확한 원인 파악을 통해 방치된 주택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임대주택 공급 시 교통, 임대수요, 인프라 등 면밀히 살펴 불필요한 지출을 되도록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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