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최근 ‘과로사’ 논란에 휩싸인 쿠팡 물류센터가 직업계고 현장실습을 진행하다 교육 당국의 제동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추석 물류대란을 앞둔 지난 9월 초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도교육청에 ‘현장실습 선도기업’ 신청을 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쿠팡의 물류센터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자회사다.
직업계고(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일반고 직업계열) 학생은 3학년 2학기부터 현장실습 협약을 맺은 회사에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직업계 고등학생의 주요 취업 통로이기도 하다.
지난 2월부터 정부는 기업에서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운영하려면 시도교육청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선도기업으로 지정되면 대출 시 금리 우대를 받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연구개발 및 지원 사업 참여시 가점을 받는 등의 혜택이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 9월18일 경기 여주 쿠팡 물류센터를 방문해 1차 현장 실사를 진행한 뒤 관계자와 협의를 거쳐 “현장실습을 진행하기에 무리가 있다”며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선도기업 지정을 잠정 미룬다”는 결론을 내렸다.
판단 근거는 당시 쿠팡 물류센터에서 진행 중이던 현장실습이 △ ‘교육’이 아닌 ‘근로’ 중심이라는 점 △지게차와 사람 이동 통로가 구분되지 않아 학생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 △집단 이용 시설이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노출 위험이 있다는 점 등이다.
실사에 참여한 도교육청 장학사는 “학생이 일용직 노동자와 같이 반품 박스를 뜯어 물품을 확인하고 매뉴얼에 따라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반복적인 단순 노무를 하고 있었다. 업무가 30분~1시간 정도만 교육받으면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학생이 어떤 직무도 배울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잘라 말했다.
이후 도교육청은 지난 10월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도내 직업계고에 보냈다. 도교육청은 아울러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학생을 일반인과 별도 관리하고, 교육과정을 학습 중심으로 변경하라고 요청해 같은달 13일 이뤄진 2차 실사에서 개선된 교육과정을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도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현장실습 지속 혹은 중단 여부를 학교 자체 협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안내했다는 점이다. 일부 학교는 학생들이 며칠 만에 다시 복교 조치되는 등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1차 실사 이후에도 계속 실습을 진행한 학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 당국은 선도기업 지정을 보류할 수 있지만, 학교 재량인 현장실습까지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으로 기업들이 채용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현장실습에 대한 학생과 학교의 갈망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개선된 교육과정이 실제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도교육청의 전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도내 직업계고 15곳에서 학생 100여명이 물류센터 11곳에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쿠팡의 사례처럼, 다른 물류센터에서도 학생들이 교육과 거리가 먼 환경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쿠팡 측은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따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최근 안전사고가 잇따랐다. 앞서 지난 22일 경기 고양 물류센터에서는 50대 노동자가 지게차에 치여 중상을 입었다. 지난 12일에는 경북 칠곡에 위치한 물류센터에서 택배 분류작업 업무를 하던 20대 노동자가 숨져 과로사 의혹이 일었다. 지난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무는 “(과로사 여부는) 근로복지공단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