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어린 자녀 2명을 둔 4인가구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논란에 휩싸인 임대주택 방문행사가 ‘돈’에 의해 만들어진 비현실적 ‘쇼’였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 11일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위치한 행복주택(A4-1블록) 내 전용 44㎡(투룸)과 41㎡(복층) 가구 2채를 직접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신혼부부 중 선호하는 사람이 많겠다”거나 “신혼부부에 아이 한 명은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는 두 명도 가능하겠다”는 등의 말을 남겼다. 이후 거센 역풍을 맞았다. 주거면적이 44㎡(구 13.3평)에 불과한 곳에서 4인가구도 살 수 있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비난이었다.
이 가운데 대통령이 방문했던 임대주택이 보여주기식으로 급조된 집이며, 이날 방문에만 수억원의 자금이 소요됐다는 점이 드러나며 또 다른 비난에 직면했다. 김은혜 의원실(국민의힘)이 16일 공개한 LH의 자료에 따르면 이날 대통령 방문을 위해 소요된 자금은 총 4억5000여만원이다.
방문할 임대주택의 내부를 꾸미기 위한 인테리어 등 공사비용에 4290만원, 행사진행을 위해 4억1000만원가량이 소요됐다. 해당 주택의 임대료가 최소보증금 900만원 기준 월 임대료 35~36만원, 최대보증금 9000만원 기준 월 임대료 10만원 수준이다. LH가 지출한 인테리어비용이 최대 보증금으로 따져도 절반가량에 달하는 셈이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방문한 임대주택이 위치한 행복주택단지는 현재 벽면 곰팡이, 누수 등 부실시공 문제로 지난 8월 완공된 이후 끊임없이 민원이 접수되고 있으며, 부실시공 문제를 두고 LH와 시공사가 책임을 전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공실 또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김 의원은 “현재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공급실상을 보면 부실시공을 비롯해 주민 요구를 외면한 것이 수두룩하다”면서 “그런데도 대통령 행사를 위해 서민들의 실상과는 동떨어진 판타지 연출 극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 차원의 비난들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13평짜리 임대주택에 방문해 국민들 서러움은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저 아늑하다며 ‘4인 가족이 거주하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민심 이탈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문재인 대통령. 논란이 되자 해명 같지 않은 궤변을 늘어놓았던 촌극이 벌어진 문제의 장소가 사실은 4억5000만원짜리 ‘쇼룸’이었다”고 논평했다.
이어 “임대주택 홍보를 위해 4000만원이 넘는 인테리어 비용을 들여 ‘쇼룸’을 만들고 대통령을 불러 ‘누구나 살고 싶은 곳’이라고 홍보하고 국민을 호도했다. 국민들의 주거현실을 체험해보겠다는 의도가 무색해진 보여주기식 ‘쇼통’ 행보이자 국민 기만행위”라며 “국민들도 이제 이 정부가 하는 ‘쇼쇼쇼’에 진력이 났다”고 질타했다.
정의당도 가세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고 더 나은 주거복지환경을 보이고 싶어 한 청와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보증금의 70%에 해당하는 인테리어 비용을 지출하고, 수억원의 행사비용이 지출됐다는 점은 선뜻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미덕 중의 하나였기에 실망스럽다. 과장된 쇼룸도 문제지만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덧씌웠다는 점에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과장된 ‘쇼룸’이 아니라, 좀 더 넉넉한 공간과 쾌적한 주거 복지와 환경”이라고 말하며 최저주거기준 상향 등 현실에 부합한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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