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감사원이 강동구의회가 행해온 잘못된 세금집행에 따끔한 회초리질을 했다. 그간 강동구의회는 구의원들에게 ‘피복비’와 ‘용품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편성된 예산을 ‘품의유지비’처럼 배분해 현물이나 현금성 자산 등으로 나눠줬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에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남아있어 감사결과에 따른 환수과정에서 잡음이 예상된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019년 9월, 구의회의 공금유용의혹을 접한 후 강동구청에 대행감사를 요청했다. 이후 2020년 3월, 30여명의 구의원들에게 약 8500만원의 혈세가 나눠졌던 사실을 확인해 환수조치를 내렸다. 구의회는 감사기간에 재직했던 7·8대 전·현직 구의원들에게 환수내역과 금액을 통보했다.
감사원 등에 따르면 7대 의원들에게는 2016년부터 임기만료일인 2018년 6월 30일까지 2년간 배분된 약 230만원이 일괄 청구됐다. 의원 피복비와 직무역량강화를 위한 지원비 명목으로 지급됐던 구민들의 세금이다. 8대 의원들에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600만원이 환수결정 됐다. 피복비와 업무지원비에 더해 업무용품구입비 100여만원이 더 붙었기 때문이다.
풀리지 않고 있는 의혹은 크게 3가지다. 먼저, 과연 구의회 회계 담당자들의 업무미숙에 따른 처리실수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이른바 구의회에서 ‘갑(甲)’의 지위를 가진 구의원들 또는 의장단(집행부)의 요구가 있었나 하는 점이다. 의혹의 배경엔 7대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용품구매비 180만원 가량이 8대에는 추가됐다는 ‘변화’가 있었다.
한 강동구의회 관계자는 “8대 의장이었던 A씨가 자신이 구의원들을 위해 품위유지비를 늘렸다며 치적처럼 당당히 자랑하기도 했다. 당시 의장단회의에 참여했던 다른 구의회 의장단들도 다 아는 사실”이라며 “처음 A씨가 비용을 늘렸을 때 사용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아 다들 사용하지 않았지만 문제없다는 말을 계속했고, 결국 문제가 터지게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일련의 이야기와 달리 구의회는 공식적인 입장표명에서 “집행부 예산인 사무관리비나, 단체복 등 피복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편의상 개인이 구매 후 영수증을 처리하거나 매장을 지정해 구매토록 했다. 예산집행 과정에서 회계처리의 미흡함도 있었던 것 같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회계처리의 문제였을 뿐 의원들의 요구나 개인적 이익추구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둘째는 정말 의원들이 유용한 것은 맞느냐는 점이다. 서울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직 강동구의원들 전원은 “당시에 좀 더 따져봤어야 하는데, 예산이 편성됐고 의회에서 나눠주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받았을 뿐이다. 평의원들이 예산집행과정이나 의사결정에 관여할 일이 있었겠냐”고 환수결정통지에 대한 황당함을 이구동성으로 전했다.
이어 “구민의 혈세고, 잘못됐다면 내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일부는 ‘일단 내고 따져보겠다’는 입장과 ‘사용내역 등 사실을 확인한 후 내겠다’는 입장으로 갈렸다. 한 시의원은 “썼다니 쓴 것은 맞겠지만, 예산이 편성됐고 그에 따라 쓴 것일 텐데 회계처리와정의 문제를 어떻게 알 수 있냐”며 환수결정에 따른 당혹감에 더해 시비를 가리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마지막 의혹은 ‘의회는 과연 환수할 의지가 있느냐’는 점이다. 일견 구의회의 행태가 환수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은 정황들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당장 감사결과가 확정된지 1년여가 다 돼가는 지금까지 환수된 금액은 많이 쳐도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환수에 대한 공식적인 안내통보 또한 상당시일이 지난 올해에야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등에 따르면 감사결과 확정통보는 지난해 3월 5일에 이뤄졌다. 구의회는 감사결과를 4월 2일에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직 구의원들에게 환수내역 등이 담긴 안내장이 전해진 것은 올해 2월 설 연휴 전후였다. 환수금액 납부기한 또한 2022년 6월 30일까지로 8대 구의회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다.
이와 관련 감사실 관계자는 최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원칙적으로 환수결정통보가 이뤄진 후 2달 내에 감사조치가 완수돼야한다. 하지만 퇴직자도 있어 환수가 잘 되진 않기 때문에 환수결정의 경우 이를 감안해 2달이 경과한 후 환수계획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계획보고서를 떠나 환수결정에는 ‘손망실’ 처리란 없다. 집행전망이 완료돼야하고, 집행이 끝나야 감사가 끝나는 것이다. 특히 감사원의 대행감사가 이뤄진 상황이기에 감사원으로 보고가 들어가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추가감사조치가 들어갈 수도 있다”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구의회는 “현직 구의원의 경우 월급에서 일정부분 제하고 지급하는데 동의할 경우 그렇게 처리하고 있다. 소액인 구의원들은 완납처리한 경우도 있다”며 “임기가 끝나는 내년 6월까지 받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고, 올해 말이면 대부분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획 전까지 완납처리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반면 강동구의회 내부에서는 지금의 8대 하반기 의장단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처리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의장단의 호언장담이 있었다는 말들이 돌고 있다. 구의원들 또한 같은 맥락에서 개인 사비로 환수금을 충당해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납부를 미루고 있다는 전언들도 들린다. 그렇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강동구의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청취할 수는 없었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