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머스크가 트위터에 남기는 메시지 몇 줄에 가상화폐 시세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양상입니다. 가상화폐 시장은 거래 시간이나 등락에 제한이 없어 증시보다 더 높은 변동성을 보입니다. 코인 투자자들은 이제 머스크가 언제 어떤 트윗을 남길지가 두렵다는 반응입니다.
머스크가 코인 시장을 얼마나 흔들어놨는지 볼까요. 머스크가 비트코인 시세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입니다. 자신의 트위터에 ‘비트코인’이라는 글을 기재했죠. 지난 2월 초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비트코인을 테슬라 전기차 결제수단으로 삼겠다는 내용을 올렸습니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15억달러 매수했다는 사실도 공개했죠. 머스크의 이같은 깜짝 발표에 비트코인은 3만9000달러를 돌파하며 기대감이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4월 6만4000달러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던 비트코인은 다시 머스크의 말 한마디에 급락세를 탑니다. 머스크가 지난달 12일 돌연 비트코인이 채굴 과정에서 전기를 많이 사용해 환경 친화적이지 않다며 결제수단 허용을 취소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비트코인은 다시 3만달러 선까지 주저앉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 뿐만이 아닙니다. 머스크는 다른 가상화폐도 잇따라 언급하며 시세를 쥐락펴락 하고 있죠. 도지코인 관련 온라인 ‘밈(Meme)’ 이미지를 트위터에 올리며 가격 상승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다시 '도지코인은 사기'라는 발언으로 가격을 급락시키기도 했죠. 최근에는 음란물 결제수단으로 쓰이는 가상화폐인 컴로켓을 언급해 상승시키기도 했습니다.
머스크는 지난 2018년에도 테슬라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고발당해 약 2000만 달러의 벌금을 물기도 했죠. 테슬라 상장폐지를 검토 중이라는 트윗을 남겨 주가에 영향을 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코인시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머스크의 이번 행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걸까요? 실제 미국에서도 머스크를 시세조종 행위로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로서는 현실적으로 처벌이 어렵습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시세조종 및 관련 부정거래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시세조종 행위를 하는 자는 100만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단, 이 법규는 증권시장에서 벌어지는 시세조종 행위를 대상으로 합니다. 다른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은 물론 그 어느 국가에서도 가상화폐 시장 내에서의 시세조종을 처벌할 수 있는 법규가 없습니다.
개인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취약한 가상화폐 시장. 가상화폐 시장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막고 거래가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남은 과제가 많습니다. 국내에서도 시세조종 규제 조항이 국회 입법으로 마련될 움직임이 보이고는 있지만, 실제로 시장에 적용되고 규제가 이루어지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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