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시험대에 올랐다. 영화 ‘발신제한’이 상영되는 94분 중 대부분의 장면에 등장하는 배우 조우진이 주인공이다. 그는 첫 단독 주연을 맡아 영화를 관객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언론 시사회 이후 연기 호평이 쏟아졌다. 여러 작품에서 조연으로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과 다르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쉽게 연기한 작품은 아니다. 최근 화상 인터뷰로 쿠키뉴스와 만난 조우진은 준비 과정에서 부담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이전에 느끼지 못한 부담감에 밥도 더 열심히 챙겨먹고, 영양제도 먹으며 촬영을 마쳤다. 처음엔 출연 제안을 거절했을 정도다.
“‘발신제한’ 시나리오는 속도감을 느끼며 재밌게 읽었어요. 이야기에 흠뻑 빠졌다가 나왔지만, 본격적으로 연기하는 역할로 참여하려니 불안하고 겁이 나더라고요. 엄청 겁이 났어요. 제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농도 짙은 시나리오였어요. 그래서 감정이입이 잘 됐던 거겠죠. 성규라는 인물에게 주어진 상황과 그가 느끼는 불안, 당혹. 공포 같은 감정들이 엄청났어요. 솔직히 그런 부분을 잘 담아낼 자신이 없었고,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의문점이 컸죠. 그래서 거절했어요. 나중에 감독님과 제작진 여러분들을 만나고 이분들에게 기대서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이 전차 같았어요. 그 눈빛을 보고 아무 말도 안하고 잠시 쳐다보고 있다가 손을 잡고 ‘할게요’라고 했습니다.”
어렵게 시작한 영화인 만큼 준비 과정도 치열했다. 감독과 대본 리딩을 반복하며 말과 호흡을 다듬었다. 납득이 되지 않는 장면은 감독과 상의해 수정 작업을 거쳤다. 현장에서 깊게 몰입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었다.
“극 중 상황에 나 자신을 던져보고 대사와 호흡이 자연스럽게 나오는지를 계속 연습하는 작업을 많이 했어요. 솔직한 제 모습이 카메라에 어떻게 비춰질까, 이렇게 하면 행동할 수 있을까, 호흡할 수 있을까를 먼저 매칭하고 채웠죠. 최대한 저를 상황에 빠뜨리려고 했거든요. 모니터할 때도 그 지점을 관찰했고요. 현장에선 맨 정신이 아니었을 정도로 집중하고 몰입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어요. 어느 순간 차와 제가 한 몸이 됐다는 실감이 날 때도 있었고요. 가끔은 차에 타고 있는지 아닌지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까지 오더라고요.”
조우진은 인터뷰 도중 갑자기 “10초만 달라며” 감정을 수습했다. 현장에서 함께 고군분투한 스태프들의 모습을 떠올리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일부러라도 현장에서 농담을 던지고 장난을 치며 스태프들과 부대끼며 작업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감동도 컸다. 스스로도 많이 성장한 작품이지만 초심은 흔들리지 않게 하려 한다고 했다.
“‘발신제한’은 제가 지금까지 한 작품 중 가장 많이 제 스스로를 던진 작품이에요. 정말 공부가 많이 됐죠. 성규가 극 중에서 성장했듯이 조우진도 한 톨이나마 성장할 수 있는 영화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초심이 흔들리고 있진 않냐고요. 초심을 계속 부여잡고 있고 싶어요. (앞으로도 초심을) 독하게 다독이면서 지내보려고 합니다.”
지난 16일 ‘발신제한’ 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조우진은 지난 1999년 단돈 50만원을 들고 상경한 과거를 회상하며 “‘발신제한’이 개봉하는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은 모두 기적”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배우에게도 의미가 크지만, ‘발신제한’은 오랜만에 예매율 1위를 기록한 한국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조우진은 “혼을 담아 만들었다”고 영화를 소개했다.
“분명 영화관에서 즐길만큼 영화가 잘 나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보시는 분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그래도 모처럼 오랜만에 새로운 영화 관람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극장에서 타격감 넘치는 장르적 재미와 저희가 몰래 숨겨놓은 선물 같은 가족애와 부녀 호흡을 보러와 주시면 94분 동안 알찬 관람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세심한 방역을 위해서 (극장들도) 고군분투하고 계신 걸 목격했습니다. 안전하게 방역수칙 지키면서 관람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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