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태권도 종주국 한국이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 없이 일정을 마쳤다.
한국 태권도 대표팀은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종목에 남녀 6명의 선수를 출전시켰지만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남자 68kg 세계랭킹 1위 이대훈(대전시청)은 16강에서 탈락하며 충격을 안겼고,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패해 빈손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여자 48kg급 심재영(춘천시청)과 여자 57kg급 이아름(고양시청)도 각각 8강과 16강에서 탈락해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24일에는 남자 58kg급 장준(한국체대)이 동메달을 차지하며 한국에 첫 메달을 안겼고, 27일 남자 80kg 초과급에 출전한 인교돈(한국가스공사)은 동메달을 따냈다. 같은 날 이다빈(서울시청)이 대회 마지막 날 여자 67㎏ 초과급 결승에 오르며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밀리차 만디치(세르비아)에게 7-10으로 패해 아쉬움을 삼켰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치러진 2000년 시드니 대회 이래 한국이 금메달을 하나도 따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포함, 출전 전 종목 메달을 따냈던 것과 비교하면 기대 이하의 성적표다.
태권도 종주국이자 최강자였던 한국이 노골드로 대회를 마친 데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국제대회를 꾸준히 치러왔던 서구권 선수들과 달리 한국 선수들은 2019년 이후 실전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실제로 한국 대표팀은 경기 중후반 운영과 체력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대훈은 16강 탈락 후 “경기를 뛴 지 오래돼 여유 있게 앞선 상황에서도 조급한 맘이 들었다”면서 “(3라운드 내내) 불안감이 컸다”고 토로했다. 반면 실전감각을 유지한 유럽 선수들은 남녀 금메달 8개 가운데 5개를 가져갔다. 러시아가 2개를 차지했고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가 1개씩 획득했다. 나머지 3개는 우즈베키스탄, 태국, 미국에게 돌아갔다.
태권도의 세계화로 각국 선수들의 기량이 상향평준화 된 점도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태권도가 전 세계에 보급되면서 스포츠 환경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도 뛰어난 선수들이 배출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5일 “태권도가 올림픽 ‘메달 소외국’들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 남자 68kg급 금메달 주인공은 우즈베키스탄의 울루그벡 라시토프였는데, 이는 우즈베키스탄이 배출한 첫 태권도 금메달리스트다. 여자 49kg급 금메달을 차지한 태국의 파니파크 옹파타나키트 역시 태국에 사상 첫 태권도 금메달을 안겼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차동민 SBS 해설위원은 “전 세계 태권도 수준이 평준화됐고 다른 나라의 추격이 빠르다”며 “우리 태권도가 더 노력하고 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