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최근 재테크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소비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MZ세대(1980년 초~2000년 초 출생)가 주식 등 재테크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다. 유통업계는 이런 흐름에 맞춰 금융사들과 협업에 나서며 재미를 바탕으로 한 재테크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이달부터 통합법인 출범을 기념해 자사 주식 1억원 상당을 증정하는 경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9월 한 달간 '지에스사우루스 황금알 이벤트'를 진행해 1등 당첨자에게 GS리테일 주식 2833주를 나눠준다. 지난달 4일 종가 기준으로 약 1억원어치다. 2등은 골드바(187.5g·5명), 3등은 다이슨 헤어제품 세트(15명), 4등은 애플워치와 에어팟프로(30명), 5등은 GS샵 적립금 3만원(1000명), 6등은 GS25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더팝리워즈 5000점(5만명)을 받는다.
GS리테일 통합 멤버십 애플리케이션(앱)인 더팝에서 미션을 수행해 '공룡알'을 4개 이상 모으면 행사에 자동으로 응모된다. 미션 중에는 간편결제 서비스 GS페이 가입과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인 GS프라임 카드 발급 등이 있다.
배달 앱 요기요도 지난달 미래에셋증권과 협업해 치킨 3회 이상 주문 시 추첨을 통해 교촌에프앤비주식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이달 말 발표될 1등(1명) 당첨자에게는 교촌에프앤비 주식 50주를, 2등에게는 10주를, 3등에게는 5주를 준다.
앞서 이마트24가 지난 7월 하나금융투자와 협업해 내놓은 ‘주식도시락’은 출시 3일 만에 2만개가 판매되기도 했다. 4900원짜리 도시락 안에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9~10개 종목 주식 1주를 무작위로 받을 수 있는 쿠폰을 넣어 놨다.
‘주린이(주식+어린이의 합성어)’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추가로 찍어낸 4만개도 모두 팔려나갔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도 고가의 주식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하며 도시락 구매를 인증하는 네티즌들이 줄을 잇기도 했다. 이마트24에 따르면, 해당 도시락을 구매한 고객의 72%는 20~40대로 나타났다.
편의점 업계에서 도시락 단일 품목이 단기간에 이렇게 많이 팔린 건 드문 일이다. 2차 판매가 진행됐던 지난달 28~29일 이마트24 전체 도시락 매출은 전주 대비 56% 증가했다.
이 같은 주식 마케팅의 배경엔 MZ세대가 있다. 지난달 주식 거래 활동 계좌수는 사상 최초로 5000만개를 넘어섰는데 특히 젊은 층의 주식 투바 비중이 크게 늘었다. 신한금융투자 빅데이터센터의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올해 비대면 신규 계좌를 개설한 고객 중 60%가 10~20대인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층에 재미와 실질적 혜택을 제공했다는 점이 주식 마케팅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가와 금융가의 이색 협업이 젊은 고객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졌을 것”이라며 “제품을 구매하면서 재미까지 느끼게 했다는 점이 주효했다”라고 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품의 자체 경쟁력보다 주식이나 미끼 상품을 강조하는 마케팅이 더욱 성행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본질은 결국 상품인데, 이를 간과하고 단기 이슈에 기댄 마케팅 전략들이 과도하게 늘어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마케팅으로 유입된 고객 역시 장기적으로 이용이 기대되는 충성고객으로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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