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쿠키뉴스와 화상으로 만난 변요한은 “‘보이스’는 보이지 않는 가해자를 다루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미 간담회에서 ‘보이스 피싱 예방 영화’라고 강조했던 만큼, 경각심을 주기 위해 출연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촬영하는 동안 관객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만 생각했다”던 그는 피해자의 마음을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진심을 다해 작품에 다가갔다.
“감히 이해하려고 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작품을 촬영하는 배우 입장이지만 실제 피해자분들에게는 실제 상황이니까요. 그분들의 마음은 제가 절대 헤아릴 수 없다고 생각해서 억지로 공감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저 대본에 있는 내용에 다가가려 했어요. 제가 알던 것보다 더 큰 위험이 많다는 걸 작품을 촬영하면서 깨달았죠. 영화의 주제 의식을 믿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범죄를 다루는 만큼 작품과 캐릭터, 피해자를 대하는 변요한의 태도는 조심스러웠다. 경각심을 전달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실감 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일환으로 대부분의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연기에 정답은 없으니 모두가 치열하게 임했다”고 회상하는 변요한은 진지했다. 치열한 고민의 흔적은 그가 맡은 한서준 캐릭터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한서준은 평범한 전직 형사 출신이지만 그가 보여주는 모습들은 조금 남달라요. 저는 한서준이 ‘보이스’의 희망이라고 생각했어요. 제 주변에 이런 범죄가 발생했는데 한서준 같은 사람이 활약한다면, 응원하고 싶을 것 같거든요. 저 역시도 응원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그 마음을 몸에 담아 액션을 더욱 절박하게 보여주려 했죠. 변요한의 몸뚱이를 갖고, 죽을 각오로 연기했어요.”
그의 말처럼, 한서준은 극 중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다. 더 나아가 관객에게는 범죄 조직과 맞서는 모습으로 대리만족을 줘야 했다. 이를 위해 다소 과감한 전개와 과격한 액션이 이어졌다. 배역을 더 차지게 표현할 수 있도록 액션 연습은 물론 외형에도 변화를 줬다. 멋 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더욱 거친 면을 부각했다.
“아무것도 꾸미고 싶지 않았어요. 꾸밀 시간에 시나리오가 흘러가는 방향에 따라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고자 하는 마음이 컸거든요. 그래서 초반부터 한서준의 모습을 갖추려 했어요. 헤어스타일부터 의상까지 고려해 지금의 한서준이 탄생했죠. 유도 연습을 하고 액션에 무게감을 주기 위해 체중도 많이 늘렸어요. 어떤 디렉션이 와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거든요. 저를 비롯한 배우들과 연출진 모두 작품이 잘되길 바랐으니까요.”
유익한 메시지를 가진 작품인 만큼 변요한은 더욱 진중하고, 진지했다. 선후배 모두에게 조언을 구하며 철저히 준비했다. “작품마다 나는 늘 절박하다”고 말하는 그에게 이유를 묻자 “연기를 잘하고 싶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당연한 대답이다. “제가 부족해서 절실하고, 아쉬워서 요동치다 보니 원동력이 생기는 것”이라는 말이 더해졌다.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노력은 또 하나의 좋은 작품을 만들어낸 원천이 됐다.
“늘 정신 바짝 차려서, 작은 것도 놓치지 않으려 해요. 연기하는 동안에는 끝까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후회도 제가 하면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조금이라도 관객 마음에 여러 감정을 전할 수 있는 작품을 하게 돼요. 그러기 위해 마음을 잘 비우고 또 채워가고 있죠. 제 안에서 새롭게 꺼낼 모습이 아직 많거든요. 계산해서 작품을 하고 싶진 않아요. 운명적으로, 여러 도전을 마주하며 여러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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