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중요한 건 공장 곳곳에 낀 기름때와 곰팡이입니다. SPC그룹은 반성하기는커녕 위조를 주장하며 공격하고 있습니다.”
던킨도너츠 안양공장 비위생 공정을 세간에 터트린 공익제보자 A씨가 다시 한번 용기를 냈다. 마이크를 잡고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 고의로 반죽 위로 기름때를 떨어트려 영상을 조작했다는 비알코리아 입장문 발표에 분노해 마이크를 잡게 됐다는 그는 위생 상태를 상세히 설명할 영상설명회를 열 예정이라며 본격 공방을 예고했다.
1일 오전 11시 서울 양천구 서울식약청 앞에서는 ‘SPC 던킨도너츠 식품위생법 위반 고발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날 예고된 기자회견 순서는 이날 급작스럽게 변경됐다. 공익제보자가 직접 기자회견장에 등장해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이날 자리에 서면서 다시 큰 용기가 필요했다는 A씨는 “식품 대기업 SPC그룹이 만든 도넛이 시민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걱정과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공익제보를 하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재차 비위생적인 생산 설비 개선을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의견이 묵살돼왔다고 그는 부연했다.
그러면서 A씨는 “공익제보 후 SPC그룹은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공익제보 내용이 조작됐다고 공격하고 있다”며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기름때와 곰팡이 등 반죽 생산 라인에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전날 입장 발표를 통해 비알코리아가 제기한 ‘제보 영상 조작 의혹’을 전면 반박하기도 했다. ‘해당 시간대에 그 라인에서 근무하게 돼 있던 직원도 아니었다’는 비알코리아의 공식 내용에 대해 A씨는 “생산설비는 24시간 가동된다. 조별로 나눠 식사 시간을 갖는데, 해당 라인에서 근무하던 동료가 야간에 식사하러 가 대신 장비를 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생산 라인은 당초 A씨의 업무이기도 했다. 다만 생산 설비를 세척해야 한다고 재차 건의하자 사측은 A씨를 다른 생산 파트로 옮겨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뚝뚝 떨어지는 기름때를 맞아가며 일했지만 해당 공장 근로자들은 청소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기기 작동을 중단하고 세척할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당일 생산, 당일 출고라는 규칙 때문에 기기를 청소할 틈이 없었다”며 “본사에서 하루 생산 물량을 조절해주지 않는 청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비알코리아는 업무 현장에서 공익제보자를 배제한 상태다. A씨는 “출근하자 공장 출입문에 등장한 본사 직원들이 출근을 막았다”며 “출근 정지 상태를 통보하면서 돌아가라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공익제보자의 출근을 정지시킨 비알코리아 행위는 이미 법 위반 혐의가 다분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동행한 공익제보자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오월 강호민 변호사는 “공익제보자를 색출한 것도 모자라 의심된다며 출근을 정지시킨 행위는 명백히 공익제보자 보호 의무를 저 버린것”이라고 말했다.
공익제보자 측은 비알코리아의 위조 주장을 반박할 기자회견을 내주 또 계획하고 있다. 강호민 변호사는 “제보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영상 분석과 설명하는 시간을 준비 중”이라며 “영상을 보는 소비자가 공장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PPT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공동 주최한 ‘SPC 파리바게뜨 노조파괴 진상규명과 청년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위원회’(시민단체위)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SPC 계열사 전 생산공정의 특별감독을 서울식약청에 촉구했다. 던킨도너츠 외 SPC그룹 내 전 제조 시설까지 확대해 위생지도 점검과 해썹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요구다.
서울식약청에 입장하기 전 권영국 시민단체위 간사는 “자신들의 잘못을 석고대죄해야 할 판에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너무나 뻔뻔스럽다. 돈벌이만 되면 뭐든 된다는 생각을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응호 정의당 부대표도 자리해 힘을 보탰다. 그는 “공장 내에 지저분한 곰팡이와 찌든 때가 어떻게 조작될 수 있겠느냐”며 “툭툭 친 것으로 영상이 조작됐다는 주장은 심히 악의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국민을 위해 개선책을 내놓아야 것은 기본이다. 직원 탓, 노조 탓은 전형적인 나쁜 기업의 행태”라며 “비단 비알코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엄중한 특별 조사를 촉구한다”고 힘줘 말했다.
30일 비알코리아는 던킨 안양공장 비위생 논란에 대해 공익제보 진위성을 의심할만한 정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공식 입장문을 통해 당사는 “공장 내 CCTV를 확인한 결과 2021년 7월 28일 한 현장 직원이 아무도 없는 라인에서 ‘펜(pen)’형 소형 카메라를 사용해 몰래 촬영하는 모습이 발견됐다”며 “해당 직원은 설비 위에 묻어있는 기름을 고의로 반죽 위로 떨어뜨리려고 시도하고, 반죽에 잘 떨어지도록 고무주걱으로 긁어내는 듯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장면은 보도에서 사용된 영상의 모습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심지어 그 직원은 해당 시간대에 그 라인에서 근무하게 되어있던 직원도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비알코리아는 해당 영상과 CCTV 영상과 함께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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