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23일 사망했다. 향년 90세.
혈액암 등 지병을 앓아온 전씨는 이날 오전 8시40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숨졌다.
자택에 쓰러져 있던 전씨는 8시55분 경찰과 소방에 신고됐다. 당시 자택엔 전씨 부인 이순자씨뿐이어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후 9시12분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질 것으로 보인다.
전씨의 유언은 자신의 회고록에 담긴 ‘북녘땅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그냥 백골로 남아 있고 싶다’는 내용으로 전해졌다.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전씨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방고지라는 게 장지인데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장지가 결정될 때까지는 일단은 화장한 후에 연희동에 그냥 모시다가 결정되면 그리로 하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12·12 군사 쿠데타 동지 관계인 노태우씨가 사망했다.
지난 1931년 1월23일 경남 합천군에서 태어난 전씨는 1955년 육사 11기로 졸업한 뒤 군내 사조직 ‘하나회’를 만들었다. 이후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 피살 사건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이 된 데 이어 정권 찬탈을 위한 12·12 군사반란을 꾸몄다.
집권한 전씨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했다. 그는 1996년 군사반란죄 등 혐의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선고됐지만, 이듬해 특별사면 받았다.
전씨는 2017년 회고록을 출간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5·18 당시 광주시민들에 대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란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불복해 항소했고 오는 29일 결심 공판이 예정된 상황이었다.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주장했던 전씨는 추징금 2205억원을 완납하지 않았다.
또 전씨는 끝내 5·18민주화운동 유혈진압을 사과하지 않았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