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23일 사망했다. 사과 없이 침묵으로 일관한 전씨의 사망 소식에 시민단체는 분노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는 이날 전씨의 사망에 국민에게 사죄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면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입장을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전씨는 지난 41년간 피해자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사죄할 기회가 있었으나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했다”면서 “이는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고통을 가중시켜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씨를 포함한 내란 및 내란목적살인죄의 핵심 인물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발송했고, 전씨는 지병을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면서 “그의 사망에도 법률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에 따라 진상규명을 위한 엄정한 조사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신군부 핵심 인물들은 더 늦기 전에 국민과 역사 앞에 진실을 고백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양대노총 역시 이날 논평을 내고 전씨를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전두환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으며, 그 고통은 지금도 희생자와 유족의 뼛속까지 사무쳐 있다”며 “망자에게 명복을 빌어주는 것이 도리이나 그의 명복은 빌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생존한 피해자들은 학살의 공포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의 고통에 비하면 전두환은 너무 편하게 살다가 눈 감았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논평에서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고 폭발하는 민중의 민주화 열망을 총칼로 진압한 학살자의 마지막이 병사라는 것이 애석하다”며 “살아서 받지 못한 죗값은 지옥에 가서라도 받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또 “사죄해야 할 전두환이 세상에 없어 더 이상의 법적 처벌은 실효성이 없으니 남은 것은 역사와 산 자의 몫”이라며 “학살자의 죽음에 머리를 숙이는 자는 역사의 반동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