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38.9%가 부모의 도움으로 생활비를 마련했다. 수입이 없는 대학생뿐 아니라 일부 취직한 청년층도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실정이다.
청년은 자신들에게 씌워진 ‘무능력 프레임’에 문제를 제기했다. 독립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2030 세대를 ‘캥거루족’이라 부르지만, 현실은 독립을 원해도 살 수 있는 집이 없다고 호소했다.
직장인 A씨(24)는 “집에서 직장까지 왕복 3시간이 걸린다. 체력적, 정신적 어려움에 경제적인 부담만 없다면 꼭 독립하고 싶다”면서 “하지만 직장 근처의 집값은 사회 초년생이 감당할 수 없다. 전세 대출을 받으려 해도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도 하고, 내 집 마련도 하려면 지금부터 돈을 모아야 한다. 지금 독립을 해서 비싼 월세를 내면 저축 자체가 힘들어지지 않겠나”라고 말하며 씁쓸해했다.
지난해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분석한 서울 원룸 전세보증금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원룸 전세보증금은 평균 1억6246만원이다. 평균가 1억 미만인 지역은 강북구와 노원구 단 2곳에 불과했다.
높아진 주택 가격을 보완하기 위해 ‘청년전용 버팀목전세자금대출’,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등의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접근이 쉽지만은 않다. 부동산 플랫폼을 살펴보면, 전세자금대출이 불가하다는 내용을 직접 명시한 매물을 찾아볼 수 있다.
매물이 주거용 주택이 아닌 ‘근린생활공간’이거나, 불법 증축으로 의심될 소지가 있다면 전세자금대출 자체가 불가하다. 전세자금대출이 가능하다고 해도 ‘청년전용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은 기준 호당 대출 한도가 7000만원 이하이고 전세 금액의 80% 이내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의 경우 호당 대출 한도 1억 원에 신규 계약 시 전세 금액의 100%까지 대출받을 수 있지만, 수억 원에 달하는 전세가를 감당하기엔 여전히 부담이 크다.
기존에 받았던 학자금 대출도 집을 얻으려는 청년의 발목을 잡는다. 직장인 B씨(28)는 “대학 등록금을 모두 학자금 대출로 냈다. 아르바이트 수익은 대부분 생활비로 나가 상환할 여유가 없었다. 결국 빌린 돈이 쌓이고 쌓여 졸업 후에 약 2000만원의 빚이 남았다”고 밝혔다. B씨는 “학자금 대출 상환을 위해 지출을 줄이려면, 취업에 성공해도 독립은 꿈꿀 수 없다”고 자조했다.
결국 집값 상승과 경제 사정으로 독립 자체를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직장인 C씨(23)는 “최근 2년 새 직장 근처 집값이 2배 넘게 올랐다”라며 “가파른 집값 상승에 비해 악화한 경제 사정은 독립에 대한 기대 자체를 사라지게 했다”라고 말했다.
김지원 객원기자 suv1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