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론조사가 이른바 현상을 보여주는 걸 넘어 여론 자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를 둘러싼 다양한 의혹과 비판들에 허심탄회하게 답변했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우후죽순 여론조사, 그리고 보도. 이대로 괜찮은가?’ 간담회에서 “플레이어가 된 여론조사들이 드러나고 있다.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특히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선거가 이뤄지는 경우에는 유권자가 여론조사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플레이어가 된 여론조사 사례를 들면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의 당선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더욱 구체적으로 답변했다. 그는 최근 일각에서 제기 중인 여론조사 방법과 관련한 논쟁에 “전화 면접 조사가 더 정확한지 ARS가 더 정확한지가 논쟁거리”라며 “ARS가 더 정확하다고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이 방법이 정확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가 과학적인 방법과 절차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홍 소장은 “안심번호라는 용어 자체도 쓰지 않고 있다. 마치 그게 더 좋은 번호라는 인식을 줄 수 있어서 가상번호라는 이름으로 바꿨다”고 언급했다.
이 소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여론조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과학적 연구 방법의 하나”라고 말했다. 더불어 “여론조사 방법의 유불리에 따라 정치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단히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여론조사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도 제안했다. 홍 소장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선관위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투표 예상층에 대한 조사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대단히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리서치회사마다 투표 예상층을 추출한 뒤 이들이 실제로 얼마나 투표에 참여할 건지 등에 관한 조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여론조사는 근접한 데이터”라며 “현상보다는 해석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래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여론조사 업계 스스로 자정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최기창 기자 mobyd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