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씨는 “학창시절 띠부실(스티커)을 모았던 추억이 생각나 들러 봤는데, 다들 저처럼 추억이 많았던 것 같다”라고 했다.
‘포켓몬빵’이 2030세대 사이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포켓몬빵은 SPC삼립이 1998년 출시한 제품이다. 당시 월 평균 판매량 500만개를 넘어설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가 2006년 단종 됐다. 500원짜리 빵 안에 들어있는 띠부실 을 모으는 게 학생들 사이에서 큰 유행이었다.
SPC삼립은 지난달 23일 ‘그때 그 추억 소환’을 콘셉트로 포켓몬빵을 다시 출시했다. 띠부실은 151종에서 159종으로 늘었다. 빵 가격은 5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다. 그래도 인기는 여전하다. 재출시 후 2주 간 빵 350만개가 팔렸다.
빵보다 띠부실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희귀 띠부실은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시장에서 한 장에 2~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학창시절과 달리 소득이 생긴 직장인이 된 만큼 띠부실을 위해 빵을 대량 구매하는 이들도 생겼다. 빵 입고 시각에 맞춰 판매처에 몰려드는 ‘오픈런’ 현상도 나타났다.
편의점들은 포켓몬빵 열풍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일까지 CU 편의점 빵 매출은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뛰었다. 포켓몬빵은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양산 빵 매출 1, 2,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온라인몰인 티몬에서도 지난 1일 프로모션을 진행한 결과 9시간 만에 6만개가 매진됐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직전 주 대비 상품군 전체 매출이 30% 이상 증가하는 건 이례적"이라면서 “(포켓몬빵이) 나이대가 있는 고객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하고 비교적 어린 고객들에게는 재미있는 마케팅으로 다가간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SPC삼립은 물량 부족에 각 편의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점포당 발주 물량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인기가 높아지면서 과거 첫 판매 당시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띠부실만 갖고 빵은 버린다거나, 포장 속 띠부실을 미리보기 위해 빵을 짓누르는 사례가 잇따르자 이를 지적하는 편의점 점주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
유통업계는 포켓몬빵 돌풍을 ‘키덜트’ 문화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키덜트란 키드(kid)와 어덜트(adult) 합성어로 어른이 돼도 어릴 적 분위기와 감성을 간직하고 있는 성인을 일컫는다. 이들은 추억을 자극하는 제품 구입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트렌드에 업계는 과거 인기를 끌었던 오리온 ‘와클’ ‘썬칩’ 등 옛 제품을 재출시 하기도 했다.
SPC삼립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지속적 재출시 요청으로 새롭게 선보인 ‘돌아온 포켓몬빵’ 시리즈가 큰 화제가 되고 있다”며 “과거 학생이었던 소비자들이 성인이 되어 추억이 있던 포켓몬빵에 다시금 열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