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고난을 겪고 있는 면세업계가 백신 접종 해외 입국자의 자가 격리 의무 면제 조치로 숨통이 트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해외여행을 갔다 와도 자가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면 지금보다 여행이 활성화 돼 면세점 역시 활로가 열릴 것이란 기대다.
앞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지난 11일 오는 21일부터 국내와 해외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접종 이력을 등록한 자에 한해 7일 격리를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3일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모든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격리조치를 적용한 지 약 3달 만의 완화 조치다. 그동안 모든 해외 입국자는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7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했다.
이 같은 소식에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일반 직장인이 해외여행을 다녀올 경우 7일간의 휴가도 추가로 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국인의 해외여행은 한국과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을 맺은 사이판과 싱가포르 등 국가 정도에만 그쳤다.
여행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부 발표에 비행편을 예매했다” 등의 글이 올라오는 중이다. 특히 결혼을 앞두고 있는 신혼부부들이 이를 반기고 있다. 한 누리꾼은 결혼 준비 카페에 “이제 격리 풀리니 괌으로 가고 싶다. 다들 어디로 가시는지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면세업계도 반색하고 있다. 국내 면세시장은 코로나 팬데믹에 코로나19 이전 대비 매출이 반토막이 날 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업계의 총매출은(11월까지 기준) 16조4500억원 규모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연 매출이 25조원에 달했다.
면세업계는 이번 정부 조치를 발판으로 점차 정상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이같은 흐름에 내국인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주요 면세점들은 이달 내국인 면세점 구매한도 폐지에 맞춰 초고가 상품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
롯데면세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대규모 내국인 마케팅을 펼친다. 5월 1일까지 시내점에서 5000달러 이상의 금액을 구매한 고객에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LDF 페이를 최대 96만원까지 제공한다. 신세계면세점도 본점의 뷰티 브랜드를 240여개로 늘린 후 매장을 개편에 나섰다. 아울러 백화점과 연계해 VIP 혜택을 강화했다.
다만 국내 면세점의 내국인 방문객 비중이 크지 않아 당장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내국인 비중이 1~5% 정도 수준이라 당장 매출에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고 있다”라고 말했다.
면세업계는 업황 회복까지는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의 매출 60% 이상을 차지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돌아와야 하지만 아직까지 요원한 일이다. 또 다른 면세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긍정적 신호로 보고 있다”며 “점차 하늘길이 열리는 상황에 맞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