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취향을 저격한 ‘포켓몬빵’ 열풍이 거센 가운데 이른 새벽 편의점 물류 트럭을 따라가면서 빵을 구매한 온라인 게시글부터 대형마트 오픈런 후기까지 다양한 사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을 채우면서 ‘포켓몬 띠부실(스티커)’의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포켓몬빵 열풍이 과거를 회상하는 단순한 추억팔이를 넘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18일 새벽 한 트위터리안은 “이거 맞음? 포켓몬 차쫒(차를 쫒다) 시작함”이라는 글과 함께 포켓몬빵 구매 인증글을 게시했다. 편의점에 상품을 실어 나르는 물류 트럭을 차량으로 따라가면서 시시각각 현장 상황을 트위터를 통해 중계했고, 편의점에 빵이 진열되자마자 구매하면서 구하기 어려운 포켓몬빵을 얻기 위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글쓴이는 ‘사생짓’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포켓몬 띠부실을 모으기에 진심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16년 만에 재출시한 포켓몬빵이 높은 인기를 구가하기 때문이다. 높은 수요에 비해 공급물량은 제한되면서 편의점들의 포켓몬빵 발주물량이 2~3개 수준으로 제한되면서 편의점에서 포켓몬빵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으로 높아졌고, 물류 트럭에서 물건을 내리자마자 바로 구매하기 위해 판매처로 몰려드는 일명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편의점 물류 트럭을 따라다니면서 가장 먼저 제품을 구매하거나 편의점에서 물류 트럭이 도착하길 기다리는 모습은 이제 흔하다.
실제로 2030 세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편의점 오픈런’, ‘대형마트 오픈런’ 등의 이름으로 포켓몬빵 구매 인증 게시글들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19일 오전 국내 패션 커뮤니티 디젤매니아에는 ‘판교 L마트 포켓몬빵 오픈런 후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솔직히 많아 봐야 어느 정도겠어라는 생각에 오픈 시간에 맞춰 58분경 도착했더니 앞에 벌써 20명가량 이들이 있었다”며 “뛰지 말라는 직원 말에 얌전히 걸었더니 결국 맨 뒷줄, 직원 배려로 5개 넘게 구매한 분 껄 회수해 하나 획득했다”고 글을 올렸다. 이러한 부류의 글은 최근 몇 달 사이 각종 온리안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포켓몬빵 열풍이 크게 불기 시작한 이유는 내용물인 빵보다는 함께 동봉된 ‘포켓몬 띠부실’ 때문이다. 현재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각종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포켓몬 띠부실만을 빵보다 더 높은 가격에 재판매하는 모습은 이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설의 포켓몬 등 일부 캐릭터 띠부실은 빵 가격(1500원)의 30배가 넘는 4~5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포켓몬빵을 구하지 못한 이들도 포켓몬빵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면서 문화콘텐츠로 소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추억팔이로 포켓몬 띠부실을 수집하는 수준을 넘어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소비하고 있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텅 비어 있는 포켓몬빵 진열대에 포켓몬 캐릭터들을 재미있게 그린 그림을 부착해놓고, 이를 소개 각종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일명 ‘편의점 알바 천하제일 포켓몬 그림대회’ 등으로 소개하면서 새로운 재미요소로 즐기고 있다. 또 유튜브에서도 최근 추세에 맞춰서 포켓몬이나 포켓몬빵을 주제로 한 각종 영상 콘텐츠들이 연일 업로드되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보통 새벽 2~3시경 물류 트럭이 도착하는데 거의 동시에 빵이 모두 나간다고 보면 된다”며 “하루에도 ‘포켓몬빵 언제 들어오느냐’ ‘어떻게 하면 구매할 수 있느냐’ 등등 질문을 최소 50번 넘게 받는다. 포켓몬빵 열풍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2030세대뿐 아니라 초등학생들도 포켓몬빵에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볼 때마다 신기하고, 그냥 문화로 즐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포켓몬빵 인기에 힘입어 제조사인 SPC삼립 주가는 오르고 있다. 올해 1월 6만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지난 19일 주당 9만5100원에 장을 마쳤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