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그룹의 대표 채널 브랜드인 skyTV가 지난달 새로운 패밀리 채널인 ENA(Entertainment DNA)로 리브랜딩 돼 첫 발을 뗐다. ENA는 지난해부터 ‘수미산장’, ‘강철부대’, ‘잠적’, ‘나는 SOLO’ 등 인기 콘텐츠를 잇따라 선보이며 제작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변화는 ENA 제작센터를 책임지는 박종훈 센터장의 진두지휘 하에 이뤄졌다. 박 센터장은 CJ ENM의 대표 채널 tvN의 개국부터 15년을 함께한 원년멤버다. 그는 tvN에서 제작 CP를 맡아 ‘수미네 반찬’, ‘문제적 남자’, ‘수요미식회’ 등 평일 라인업을 책임졌다. 지난해부터 skyTV에 합류해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올해 ENA는 드라마 ‘구필수는 없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과 예능 ‘강철부대2’, ‘이번주도 잘부탁해’, ‘해밍턴가 꿈의 옷장’ 등 다양한 콘텐츠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도약에 나선다. KT그룹의 전폭 지원 하에 ENA는 향후 3년간 30여 편의 드라마를 확보, 300여 편의 예능을 자체 제작하겠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이들의 변화는 어느 방향으로 향할까. 쿠키뉴스는 지난 27일 서울 상암동 DDMC에 위치한 ENA 사옥에서 박 센터장과 만나 앞으로의 야심 찬 계획을 들어봤다.
Q. 사옥 엘리베이터에 적힌 ‘예능에 진심’, ‘드라마에도 진심’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네요. 콘텐츠 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선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하하. 말 그대로 콘텐츠에 진심이거든요. KT그룹 차원에서 콘텐츠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어요. 우리나라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이 확인된 만큼 ENA 역시 오리지널 예능과 드라마를 선보이기 위해 여러 준비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Q. 지난해 센터장으로 부임한 이후 ENA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그동안 tvN에서 평일 예능을 담당하는 총괄 프로듀서(CP)로 재직했어요. 방송이 방송에만 그치지 않고 콘텐츠로 진화하는 흐름을 느꼈죠. 방송과 디지털을 접목한 새 방향성을 세우고 싶었어요. KT 그룹이 가진 인프라와 콘텐츠 확장성이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에 함께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tvN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일군 변화의 노하우를 ENA에 접목하고 있어요.”
Q. skyTV 브랜드를 ENA로 다시 선보이고 이제 한 달이 지났어요. 가시적으로 거둔 성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인지도를 그대로 가져가고 있다는 게 고무적입니다. 일반적으로 채널명을 바꾸면 인지도가 떨어져서 시청률이 하락하는데, ENA는 하향세 없이 꾸준히 시청률이 잘 나오고 있거든요. 시청자 반응 역시 젊어졌다는 평이 많아요. 기존 SKY, NQQ, DramaH, TRENDY 채널을 ENA라는 통합 브랜드로 묶으면서 정체성이 더욱 잘 살아났습니다.”
Q. 리브랜딩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요.
“기존에 공동제작으로 만들던 예능 콘텐츠에서 ENA의 지분을 넓혔어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투자를 늘려가고 있죠. 이외에도 KT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 중입니다. ‘해밍턴가 꿈의 옷장’은 미디어지니와 ENA에서만 방송하는 ‘KT 오리지널 콘텐츠’ 형태로 선보이고 있어요. 이외에도 콘텐츠 매출구조를 광고 외에 커머스와 OTT 등으로 확장했어요. 쓰임새에 맞게 방송과 디지털을 오갈 수 있는 IP를 개발하며 수익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콘텐츠 본질에 집중하면서 방송 매출 이상의 가치를 찾게 된 거죠. 각 영역을 오갈 수 있는 게 ENA의 가장 큰 강점이에요.”
Q. 콘텐츠 환경이 변화하며 시청률을 활용한 광고 판매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청률은 무시할 수 없는 지표죠. 아직까지 ENA는 시청률로 대변될 만한 독자적인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이어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준비 중이에요. 그동안은 프로그램 규모를 키우기 위해 공동제작을 활발히 진행했어요. 작은 프로그램은 잘 만들어도 시청자를 사로잡기 힘들거든요. 특히나 요즘처럼 콘텐츠 개수가 폭증한 무한 경쟁 구도에서는, 더더욱 시청자 눈에 띌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저희는 그 답을 각사의 자원을 합친 공동제작에서 찾았던 거죠. 하지만 작은 채널이 공동제작만 하게 되면 시청률과 인지도 면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 ENA로서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다 더 확대해 선보일 계획입니다.”
Q. 지난달 KT 그룹이 미디어데이에서 ENA에 향후 3년간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어요. 이 같은 결정에는 지난해 skyTV의 자체 제작 콘텐츠들이 보여준 성장 가능성이 주효했을 것 같아요.
“저희는 급격한 변화를 이뤄내고 있어요. 이번에 첫 드라마 ‘구필수는 없다’를 선보였고, 다음 드라마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편성했죠. 채널 번호도 순차적으로 개선해나가려 해요. 드라마가 잘 되면 채널 이미지도 달라지는 효과가 있거든요. KT 그룹이 최근 제작 스튜디오를 만들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내려 노력하는 만큼, 자체 제작 역량을 갖춘 ENA가 해야 할 역할이 더 확실해진 느낌이에요. 좋은 콘텐츠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려 합니다.”
Q. ‘나는 SOLO’, ‘강철부대’ 시리즈, ‘애로부부’ 시리즈 등 ENA가 타사와 공동제작으로 선보인 콘텐츠가 지난해부터 주목받고 있어요. 세 프로그램 모두 기존 소재를 비틀어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ENA는 자사 콘텐츠의 정체성을 무엇으로 잡고 있나요?
“ENA는 뾰족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상파나 종편은 채널 접근성이 좋은 반면 저희는 변방의 채널이라 시청자 유입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남들과는 다른 콘텐츠를 내세울 수밖에 없죠. 그래서 ENA는 ‘공감대 있는 새로움’을 추구합니다. 새롭기만 하면 외면받지만, 공감대를 갖추면 보게 되거든요. ‘강철부대’는 관찰 예능이 유행하던 때에 군부대끼리 경쟁을 붙이는 데서 출발했어요. ‘어떤 부대가 제일 세?’라는 원초적인 궁금증을 노린 거죠. ‘나는 SOLO’ 역시 꿈같은 데이트를 보여주는 기존 프로그램에서 탈피해 철저히 일반 대중 시점으로 풀어냈어요.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맛이 시청자에게 통한 거죠. 2049 시청률에서도 종편과 케이블 등 유료가입 채널을 압도하는 기록적인 수치를 내고 있어요. 이 같은 성공 공식에 힘 입어, 앞으로도 공감대를 갖춘 새로운 콘텐츠에 역점을 두려 합니다.”
Q. 고무적인 성과네요. 앞으로 ENA에서는 어떤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영화배우나 개그맨, 셀럽이 나오는 콘텐츠나 지니뮤직과 연계한 프로그램 등 여러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어요. 글로벌 프로젝트 역시 준비 중이고요. 지상파나 종편스럽지 않은, 새로워도 너무 새롭지만은 않은 콘텐츠를 보여드릴게요. 다양하고 새로운 것들을 뷔페처럼 펼쳐놓을 테니 일단 와서 맛봐보세요. 후회 없는 맛이 되리라 자부합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