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롤스터 서포터 ‘라이프’ 김정민은 예전부터 사파 픽을 매우 잘 다루는 선수로 유명했다. ‘콩콩이’ 룬을 든 ‘자르반 4세’와 같은 챔피언을 비롯해 ‘세트’와 같은 탱커를 기용해 재미를 보기도 했다.
최근 ‘세나’의 벨류가 높아진 메타 특성상 서포터 챔피언이 CS(크립 스코어)를 먹고 성장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정민은 “세나가 나오면서 다양한 챔피언을 꺼낼 수 있게 됐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KT는 22일 오후 8시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스플릿 1라운드 프레딧 프리온과의 맞대결에서 2대 0으로 승리했다. 이날 김정민은 ‘오른’과 ‘탐 켄치’를 선택해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경기 종료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정민은 “스프링 성적이 다소 아쉬워서 팀원들끼리 ‘더 열심히 해보자’는 얘기를 했다”면서 “앞선 두 게임에서 경기력이 좋았지만, 승이 없어서 다소 아쉬웠는데 이번에 승리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정민은 앞선 두 경기를 복기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젠지와의 경기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첫 경기라 그런지 우리 모두가 주눅 든 것이 있었다”면서 “T1과의 경기는 용 주도권을 얻었음에도 다 ‘바람 드래곤’이 나와서 굴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KT는 지난 19일 T1과의 경기에서 거의 승리를 거둘 뻔 했지만, 여러 번의 실수와 불운이 겹치면서 아쉽게 승리를 놓쳤다. 김정민은 “T1 전 더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았는데, 다소 허무하게 경기를 끝낸 것 같아서 허탈함이 컸다”고 말했다.
앞선 두 경기의 아쉬움을 씻기 위함이었을까. KT는 이날 연패 탈출을 위해 2패를 기록 중이던 프레딧을 상대로 한 차원 높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1세트 KT는 세나-오른이라는 다소 참신한 조합을 들고 왔다. 세나를 뽑으면 서포터의 폭이 매우 넓어진다. 이론상으로는 모든 챔피언을 뽑을 수 있다. 앞서 T1은 17일 농심전 세나-‘야스오’를, 젠지는 이날 세나-‘신지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정민이 오른을 선택할 수 있던 것은 예전의 기억 덕분이었다. 그는 “젠지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2020년 스프링 스플릿 T1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세나-오른을 엄청 열심히 준비했다”면서 “생각해보면 그때는 최우범 감독님과 함께 많은 조합을 연구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번에 오른을 할 때는 일단 우리 팀 딜러들이 데미지를 수월하게 넣을 수 있는 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전체적으로 이니시에이팅이 부족한 조합이었기에, 교전을 먼저 열면서 어그로를 끄는 플레이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1세트 변수픽으로 상대방의 혼을 빼놓은 김정민은 2세트 탐 켄치를 선택해 서포팅의 정수를 보여줬다. 그는 위기의 순간마다 아군 챔피언을 살리며 여러 번 슈퍼세이브를 선보였다. 김정민은 “탐 켄치는 상대방을 빨아들이며 싸울 때 강점이 생긴다”면서 “특히 ‘에이밍’ (김)하람이가 ‘아펠리오스’를 했기에, 원거리 딜러를 지키는 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변수가 생겼을 때는 과감히 이니시에이팅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김정민은 ‘탑 라이너보다 더 탱커를 잘 다루는 서포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한 질문에 그는 “젠지 연습생 시절 저는 군중제어기(CC)를 가진 모든 챔피언을 서포터로 기용했다”면서 “또한 연습생 시절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탑 라이너였는데, 이 친구와 1대 1도 하면서 라인전 구도, 챔피언 디테일 등을 배웠다”고 말했다.
김정민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콩자반(콩콩이 자르반)’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지난 번 T1과의 경기에서 자르반으로 용을 먹었는데, 사실 이것만으로 1인분을 했지만 하필 바람 드래곤이어서 힘이 빠졌다”면서 “확실히 현 메타에서는 콩자반을 쓰기가 어려운 것 같다”며 웃었다.
김정민은 12.10 패치 이후 서포터의 역할군이 조금 바뀐 것 같다는 의견도 남겼다. 그는 “전에는 서포터가 선택할 수 있는 챔피언도 많았고, 로밍을 하면서 플레이메이킹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원거리 딜러를 보조하고, 교전마다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를 통해 김정민의 서포터 지론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다. “지금 메타는 내게 굉장히 유리한 메타”라고 강조한 김정민은 “저는 옛날부터 서포터는 팀원을 편하게 해주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시즌에는 내가 지향하는 플레이를 하다보면 더욱 이득이 생기는 것 같다”면서 “라이프라는 선수의 이타적 플레이가 강점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KT는 오는 25일 리브 샌드박스와 만난다. 김정민은 “예전에 ‘프린스’ (이)채환이를 상대로 굉장히 멋지게 죽은 적이 있다”면서 “그냥 죽일 수 있었는데도 ‘칼리스타’로 ‘뽑아찢기(E)’를 사용해서 이것이 영상으로 박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엔 내가 멋지게 죽여 박제를 시키겠다”면서 웃었다.
김정민은 “지난 스프링 시즌 막바지부터 폼을 끌어올리고 있었다”면서 “이번엔 정말로 팬들이 기대하시는 서머의 KT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상 응원해주시는 것에 감사하고 이번엔 기대치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