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 민주당 분열 단초되나…“2024년 총선도 패배 우려”

[단독] 이재명, 민주당 분열 단초되나…“2024년 총선도 패배 우려”

조기숙 “이재명, 새로운 통합 이미지 위해 2년 잠행해야”
자체 여론조사서 강성 민주당 지지층, 국민의힘으로 이탈

기사승인 2022-06-29 06:00:39
조기숙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연합뉴스

유력한 당 대표 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이 의원의 조기 등판은 본인이나 민주당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들이 끊임없이 나오면서다. 연이은 대선·지선 패배의 원인으로는 ‘포퓰리즘’ 이미지가 지적된다.

조기숙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 의원의 리스크를 언급하며 “민주당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밝히기도 했다. 조 교수는 포퓰리즘을 지적하며 다음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단 조언을 남겼다.

조 교수는 2005년부터 2006년까지 노무현 정부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경험이 있다. 조 교수는 자신이 “영원한 민주당 ‘짝사랑러’”라며 민주당이 어려울 때 ‘민주당에 도움이 되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해왔다고 말했다.

조 교수가 자체적으로 실시해 내일(30일) 발표할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강성 민주당 지지층 절반 이상이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는 점이 드러났다. 

쿠키뉴스는 조기숙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와 지난 27일 민주당 선거 패배의 원인과 한국에 팽배해진 포퓰리즘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조 교수와의 일문일답.

- 민주당과의 인연이 많은 것 같다. 자기소개를 한다면
▶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인연으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취임사 준비위원으로 활동하고 홍보수석비서관도 지냈다. 그 후에는 외곽에서 민주당에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 2007년 민주당의 대선 참패, 2008년 총선 참패 이후 문성근 대표의 ‘국민의 명령’에서 정책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이 2012년 총선에서 혁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선거 때마다 요청받으면 선거 전략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고 있다.

- 민주당 선거 패배 책임이 이재명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 대선 패배는 후보가 제일 책임이 많은 게 맞다. 2020년 총선 직후 민주당 정당 지지도가 약 55%였는데 제20대 대선 때는 민주당 정당 지지도가 약 37%, 국민의힘 35% 정도에서 시작했다. 민주당 지지도가 떨어진 데에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도 책임이 있지만 역시 가장 큰 책임은 이재명 후보에게 있다. 우리나라는 단임제라서 과거에 대한 심판보다는 ‘전망적 투표’가 중요하다. 후보의 비전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 직전에 49% 정도의 지지도가 나왔지만 이 후보는 계속 30%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요즘 전 세계에 포퓰리즘 바람이 심각하다. 우리 대선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다고 본다. 그렇지만 나는 지난해 10월 한 논문에서 우리나라는 ‘덜 포퓰리스트’가 당선될 거로 예측했다. ‘이재명’보다는 ‘윤석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봤던 이유다. 이 후보의 대표 브랜드인 ‘기본소득’ 공약은 이 후보에게 포퓰리스트 이미지를 각인시켰다고 생각한다. 그게 가장 중요한 패배 요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 ‘덜 포퓰리스트’에 대해 설명한다면
▶ 포퓰리스트는 ‘기득권 엘리트’와 국민을 적대적인 관계로 규정하고 국민의 적개심을 동원해 기득권과 싸워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정치인을 의미한다. 올해 우리나라 대선에서도 2016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 때처럼 포퓰리즘 분위기가 지배할 거라는 원고를 지난해 기고했는데 곧 책으로 출간되고 내일(6월 30일) 한국정당학회에서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초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윤석열, 당내 ‘아웃사이더’인 홍준표, 국회 경력이 전혀 없는 이재명이 대통령 후보로 거론될 때였다. “국민들이 기존 정치권에 때 묻지 않은 사람을 원하는 것”이 포퓰리즘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은 정치 신인의 참신함을 선호하지만 미국에서 목격했듯 포퓰리스트를 선출한 결과가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실패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포퓰리스트를 뽑는 이유는 국민들이 느끼는 절박한 경제적 위기 때문이다. 절벽 끝에 선 것 같은 위기감을 느끼는 국민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거라면 절벽에서 한 번 뛰어보자’는 심정으로, 기존과 다르다는 이유로 포퓰리스트 리더를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정통적으로 국회에서 활동하던 정치인보다는 새로운 인물을 원하는데, 이게 포퓰리즘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안철수 의원의 등장이 전형적인 포퓰리즘 현상이었다면 문 전 대통령이 단번에 대통령 후보가 된 것도 그렇다. 지난 대선도 포퓰리즘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지만 우리나라에선 ‘덜 포퓰리스트’가 당선될 거로 예측했던 이유는 우리의 경제 위기나 이민 문제 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심각하지 않고 우리 국민의 높은 민주주의 성숙도가 오히려 포퓰리스트 요소가 많은 정치인을 배척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를 분석한다면
▶ 이재명 후보에 비해 ‘덜 포퓰리스트’로 보였기 때문이다. 포퓰리즘은 언행과 리더십으로 측정할 수 있는데 이 후보는 기득권에 대한 적대적인 발언, 기본소득 공약을 내세웠다. ‘좌파 포퓰리즘’ 이미지를 만든 것이다. 이 후보의, 약간은 권위주의적으로 보이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도 이런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고 본다. ‘이재명의 민주당’ 같은 구호에도 제도보다는 사람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포퓰리즘 요소가 들어있다. 외국 언론에서는 윤 대통령을 K-트럼프라고 부르는데 윤 대통령도 독선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헌법과 법률을 앞세운다든가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광주와 호남에 공을 들이는 등 지역통합 행보를 보였다. 이것이 대결적 세계관을 갖는 포퓰리스트로부터 멀어 보이게 했다. 박빙 구도에서 윤석열이 될 거라고 봤던 이유는 그의 대국민 이미지가 ‘덜 포퓰리스트’ 같다고 판단해서였다.

-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등을 돌렸다고 분석한 이유는
▶ 이재명 후보는 201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과 갈등이 있었다. 경쟁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했던 발언이 과도한 공격으로 비쳤다. 이 후보도 “내가 그때 오버했다”고 지지자들에게 사과했다. 내가 페이스북에서 실시한 질적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러한 갈등이 더 심화한 게 드러났다. 설문조사는 약 30여분이 소요되는데 설문을 인터넷에 올린 지 20시간이 채 되지 않아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응답해 중단했다. 응답자의 약 70~80%가 항상 민주당을 찍었고 민주당이 불만스러울 땐 차라리 기권했던, 매우 충성도가 높은 ‘진성 지지층’이다. 이들에게 대선에서 어느 당에 투표했느냐 물었더니 응답자의 52.8%가 국민의힘을 뽑았다고 답했다. 물론 이는 전체를 대표하는 표본은 아니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진성 지지층이 이 정도면 중도층이나 부동층은 더 많이 이탈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과거엔 민주당 지지자들이 독재세력의 후예인 보수당에 투표하는 데 심리적 저항감이 심했다. 하지만 이준석, 윤석열 등 독재에 부채의식이 없는 지도자가 국민의힘에 등장하면서 민주당 지지자도 보수당에 투표하는 걸 금기로 받아들이지 않게 된 것 같다.

- 이 의원이 당 대표에 나선다면
▶ 당은 물론이고 (이 의원) 본인을 위해 당 대표에 나서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본인에게 간곡히 간언했다. 내 선거모델로 전망해볼 때, 내년 재보궐 선거는 물론 다음 총선 전망도 좋지 않아 이 의원이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으면 좋겠다는 얘길 했다. 하지만 본인이 결단하면 누구도 못 말리는 것 아니겠나. 주목해야 할 점은 출구조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 시스템의 기초자치단체별 지방선거 투표율의 관계다. 대선 때,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높은 기초지자체일수록 지방선거 투표율이 낮았다. 이재명이 좋아서 찍은 게 아니라 윤석열이 싫어서 이재명을 찍었는데 지선에는 윤석열이 없으니 민주당 지지자가 찍을 이유가 없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후보가 역대 최다 득표를 했다고 하지만 적극 지지라고 보기 어려운 허수가 숨어있는 거다. 이 의원도 당 대표가 돼 당을 혁신하고 지지율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큰 것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 의원을 비토하는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의 마음을 돌리려는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고 본다.

이 의원이 일을 잘한다고 사라질 비토 세력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통합형 리더를 추대해 당 대표가 된다면 우선 갈라지고 상처받은 민주당 내 분열을 치유하고 총선부터 이기는 게 급선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포퓰리즘 분위기에서는 당직을 하는 것보다는 백의종군하는 이 의원이 오히려 유권자에게는 더 신선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당직을 가져본 적 없이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는가. 여론조사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이렇게 많은 이탈이 있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당 대표가 되면 여당과 싸워야 해서 좌충우돌하는 면을 보인다. 실보다 득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개혁 과제와 새로운 의제를 던지는 건 의원으로서도 충분히 발언할 수 있을 거다.

- 끝으로 민주당에 전할 말이 있다면
▶ 나는 선거 예측을 비교적 정확히 해온 사람이다. 물론 내 예측이 항상 맞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고 이 의원이 지금 영향력만으로도 얼마든지 개혁 의제를 이끌 수 있는데 굳이 위험한 도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지지도가 30% 박스권에 오랜 시간 갇혔던 이유를 생각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쇄신해야 다음 대선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 이미지 쇄신은 대중 노출을 지속하면서는 불가능하다. 2년 정도 대중의 눈에서 사라진 후 비전을 가다듬고, 인재를 모으고, 정책과 통합의 이미지를 만들어 돌아와야 한다. 이는 이재명을 향한 ‘비판’이 아니라 ‘덕담과 조언’임을 알아주면 좋겠다. 이재명은 디테일이 강한 분이다. 게다가 아직 젊다. 잘 준비하면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인물이니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돌아온다면 강력한 대선 후보가 될 텐데 지금처럼 2연패 후 계속 질주한다면 다음 대선도 쉽지 않을 거다. 

▶ 전임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걸 이번 선거로 깨닫지 않았나. 윤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도가 낮아도 전망적 투표가 우세한 대선에선 국민의힘 차기 후보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거다. 이 의원이 민주당과 본인을 위해 무엇이 도움될지 현명한 선택을 하면 좋겠다.

안소현·임현범 기자 ashright@kukinews.com
안소현 기자, 임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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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현 기자
임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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