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의 한숨...태풍 ‘힌남노’ 고비 넘긴 부산

안도의 한숨...태풍 ‘힌남노’ 고비 넘긴 부산

기사승인 2022-09-06 10:49:00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서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어찌나 마음을 졸였는지 잠을 한숨도 못 잤어. 태풍이 지나갔다는 걸 내 눈으로 확인해야 안심할 것 같아서 나온 거라니까”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6일 오전 8시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백사장 한쪽에 솟은 바위 위에 앉아 안병구(80)씨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굽이치며 달려오던 집채만 한 파도가 안씨 발 앞에 쏟아졌다. 최근 그의 가장 큰 걱정은 태풍이었다. “태풍 매미보다 더 큰 게 온다니까 걱정이 돼서 다른 일을 할 수가 있어야지. 새벽에 비바람이 치는데 매미가 생각나서 무서운 거야. 이 나이를 먹어도 자연재해는 무서워” 안씨가 헛웃음을 지었다.

힌남노 지나간 6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과 마린시티 상황   영상=박효상 기자
한국을 관통한 힌남노는 이날 오전 4시50분 경남 거제시 부근으로 상륙해 오전 7시10분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힌남노 영향권에 있던 부산의 날씨는 변화무쌍했다. 5일 오후까지 생각보다 잠잠하던 날씨는 다음 날 오전 2시 이후 매섭게 변했다. 비보다 무서운 건 바람이었다. 강풍에 가로등과 교통표지판이 거세게 흔들렸다. 비 역시 강한 바람에 온전히 내리지 못하고 허공에서 소용돌이쳤다. 도로 위에 정차되어 있던 차량도 좌우로 흔들렸다. 이날 해운대 인근 호텔에서 묵은 김모(41)씨는 “강풍에 밀려 두꺼운 유리 창문이 저절로 열릴 정도였다”며 “비바람 소리에 잠에 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도로에 나무가 뽑혀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태풍 탓에 작은 나무들은 뿌리째 뽑혔다. 큰 나무의 잔가지는 모두 꺾여 바닥에 떨어졌다. 보도블록도 크게 파손됐다. 교통을 통제하던 경찰의 등 뒤로 여전히 큰 파도가 치고 있었다. 피해를 살펴보러 나온 60대 부부는 “새벽에 바람이 많이 불어서 걱정이 심했다”라고 말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도로를 복구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부산 시민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카페에서 근무하는 김모(25)씨는 “태풍이 워낙 강력해 가게 앞까지 바닷물이 밀려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며 “이쪽 상인들 모두 초긴장 상태였다”라고 밝혔다. 해운대 근처 호텔 관리인으로 일하는 임근호(79)씨는 “쓰레기가 몰려온 정도로 끝나서 천만다행”이라며 “배수구를 치워놓고 모래 주머니를 가져다 놓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래도 걱정이 많았는데 이 정도로 끝나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6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시민이 쓰레기를 줍고 있다. 현재 부산은 영향권에서 벗어났지만, 큰 파도는 계속 일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부산=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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