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멕시코시티, 뉴욕과 애틀랜타를 거친 DRX의 여정이 샌프란시스코까지 연장됐다. 2022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선발전을 통해 ‘LoL 챔피언스코리아(LCK)’ 4시드 자격을 얻은 DRX가 T1과 결승에서 맞붙는다.
DRX는 31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의 스테이트팜 아레나에서 열린 2022 롤드컵 젠지 e스포츠과의 4강전에서 3대 1로 대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DRX는 팀 역사 최초로 롤드컵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4세트 젠지의 넥서스를 함락시킨 후 DRX 선수단은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DRX의 롤드컵 진출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서머 스플릿을 6위로 마무리한 DRX는 가까스로 롤드컵 선발전 막차를 탔다. 가장 낮은 포인트를 가지고 있던 DRX는 하위조 KT 롤스터를 3대 2로 꺾은 뒤, 리브 샌드박스와의 최종전 역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플레이-인 스테이지 역시 만만치 않았다. B조에 배정된 DRX는 유럽의 매드 라이온즈와 2022 ‘LoL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우승을 차지한 로열 네버 기브업(RNG)와 만나게 됐다. 역대급 극악의 대진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DRX는 전승으로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부진을 겪던 ‘표식’ 홍창현을 대신해 ‘주한’이 특급 소방수 역할을 했다.
그룹 스테이지에서 DRX는 유럽 1시드 로그,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던 탑 e스포츠 게이밍(TES), 다크호스 GAM Esports와 함께 C조에 배정됐다. 비록 그룹 스테이지 1라운드 첫 경기 로그와의 대결에서 패하긴 했지만, TES를 상대로 압승을 거두며 저력을 과시했다. 이후 2라운드 로그와의 순위 결정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조별 1위로 그룹 스테이지를 마쳤다.
어렵게 그룹 스테이지를 넘어선 DRX는 8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에드워드 게이밍 하이칸(EDG)을 만나게 됐다. EDG는 탑 정글의 폼이 다소 부진했지만, 미드 라이너 ‘스카웃’ 이예찬과 원거리 딜러 ‘박도현’이 매우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리 두 세트를 내주며 패색이 짙어졌지만, 3세트부터 DRX는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결국 DRX는 ‘패패승승승’으로 짜릿한 역스윕 승리를 만들었다. 8년 만에 롤드컵 4강 진출에 성공한 ‘데프트’ 김혁규는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관객들의 생일 축하에 눈물을 터뜨렸다.
애틀랜타 스테이트팜 아레나에서 진행된 4강. DRX의 상대는 젠지였다. 이번 시즌 DRX는 젠지를 상대로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전문가들도 모두 젠지의 승리를 점쳤다. 실제로 젠지는 1세트 압도적인 체급 차이로 DRX를 압살했다. 하지만 고난의 연속으로 성장한 DRX는 전과 달랐다. 2세트 불리한 흐름을 이겨내고 역전승을 거둔 DRX는 3세트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결승 티켓이 걸린 4세트에서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결국 젠지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고, DRX는 팀 사상 최초로 롤드컵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종료 후 진행된 기자 회견에서 ‘킹겐’ 황성훈은 이렇게 말했다.
“작년 말에 ‘이제는 오르막길이 끝나고 평지로 들어선 것 같다’는 인터뷰를 한 기억이 있는데, 그럼에도 돌이켜보면 그 길은 울퉁불퉁하고 요란한 길이었다. 쉽지 않은 길이었기에 더 아름다웠던 것 같다. 올해 우리의 여정을 돌아보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렇게에 DRX에게 더 이상의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한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