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서 비롯된 ‘건강보험 보장성 후퇴’ 우려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입장을 내놨다.
윤석열정부 첫 보건복지부 장관인 조규홍 장관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조 장관은 지난 13일 윤 대통령의 ‘건강보험 정상화’ 발언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건강보험 정상화가 시급하다.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원 넘게 쏟아 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전(前) 정부에서 추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건보 보장률은 환자의 의료비 중에서 건강보험이 얼마까지 부담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가령 진료비 총액이 10만원이고 보장률이 70%라면 환자는 3만원을 낸다. 나머지 7만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 등에 지급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OECD 평균(약 80%)에 한참 못 미친다. 그나마 ‘문재인 케어’로 불린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4년간 2.6%P 상승해 2020년 65.3%까지 올랐다. 역대 최고치다. 하지만 이 역시 당초 목표치(70%)에는 한참 모자란다.
이 가운데 나온 윤 대통령의 발언은 ‘보장률 후퇴’ 우려를 낳았다.
조 장관은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나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말한 ‘건강보험 정상화’의 의미를 “의료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건강보험이 중요한 상황에서 보장성 약화가 아니라 건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건강보험 남용과 자격도용 등 비정상적인 지출을 없애고, 이를 의료서비스 지원으로 돌리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제도가 지속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조 장관은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 진료비를 바라보는 현 정부의 시각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전 정부에서는 초음파의 경우 상복부를 시작으로 하복부·비뇨기, 응급·중환자, 생식기, 두경부, 심장혈관·흉부, 근골격 등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왔다. MRI는 뇌·뇌혈관을 시작으로 두경부, 복부·흉부, 척추질환, 근골격 순으로 건강보험 혜택범위를 넓혔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에서 나간 진료비는 당연히 눈에 띄게 늘었다.
윤 정부는 급증한 MRI·초음파 진료비용을 과잉진료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 즉 ‘비정상적인 지출수요’의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포퓰리즘 정책의 전형으로 본다.
이날 조 장관은 “제가 알고 있기로는 당초 지출목표를 훨씬 상회해서 MRI·초음파 진료비가 증가했다”며 “복지부 판단뿐만 아니라 감사원 감사결과를 통해서도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MRI·초음파 비용을 아끼는 것이 건강보험 중장기 운영에 얼마나 영향을 줄 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