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찬성씨록>은 815년 일본에서 발간된 책으로 <고사기>, <일본서기>, <풍토기>, <구사기> 등에 등장하는 일본의 고대 인물에 대한 성씨를 정리한 책이다. A라는 성씨의 시조가 B라는 인물이라는 식으로 1182개의 성씨에 대해 시조를 분류해 놓은 것이다.
성씨들은 황별(皇別)과 신별(神別), 제번(諸蕃)의 3질로 구분되어 있는데 황별은 천황과 천황의 아들, 후예를 시조로 하는 성씨이고 신별은 천신(天神)과 그 후예인 천손(天孫), 땅에 있는 신을 의미하는 지기(地祇)를 적은 성씨이다. 제번은 한(漢)나라와 백제, 고구려, 신라, 임나에서 온 성씨이다.
이 체계는 일본이 천황이 있는 중심 국가이고 한(漢)나라와 백제, 고구려, 신라, 임나가 일본에 공물을 바치는 나라라는 의미다. <일본서기>를 보면 실제로 한반도가 일본에 종속된 것처럼 적고 있으며 그래서 4세기 중반부터 6세기 중반까지 왜가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이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조 씨는 <신찬성씨록>을 세밀히 분석해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40명의 천황과 임나일본부가 모두 허구임을 밝혀냈다.
조 씨가 적용한 방법론은 단순명쾌했다. 천황을 비롯해 일본 고대사에 등장하는 중요 인물들이 모두 성씨가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인데 한 사람이 여러 성씨의 시조는 될 수 있어도 한 성씨의 시조가 여러 사람일 수는 없다는 자명한 원리를 적용했다.
그렇게 해서 밝혀낸 사실이 첫째, 천황 등 일본 고대 역사 서적에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이 후대인에 의해 가공된 가짜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해왔지만 면밀한 검토와 연구의 결과로서 이룬 성과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처음이다. <일본서기> 등은 위서(僞書)라는 전제를 두고 나온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구체적 논증으로 이룩한 것이어서 정말 값지다.
둘째, 실존이 인정되는 일본 고대 인물은 모두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들이고 대부분이 근초고왕을 비롯한 백제계 왕가라는 것이다. 일본 천황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한반도의 왕이 왜를 지배했다는 것을 학술적으로 증명해냈다.
조 담당관은 "이번 첫 권에 이어 제2권 <일본서기 신대기와 신공황후 신라 정벌의 본질>, 제3권 <일본서기 해석을 통해 본 임나일본부의 허구>를 조만간 출간할 예정인데 그렇게 되면 <일본서기>의 천황이라는 허구의 체제와 임나일본부설은 완전히 사라질 전망이다"라고 했다.
저자인 조 씨는 1964년 군북면 하림리에서 출생했으며 1977년 지금은 폐교된 하림초등학교, 1983년 군북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91년 1월 군북면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산인면, 가야읍, 행정과, 주민복지과 등에 근무했으며 특히 문화관광과 홍보부서에서 오래 근무한 바 있다. 2018년 환경과장 보임 후 2019년부터 현재까지 가야사담당관을 역임하고 있다.
함안=최일생 기자 k755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