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풍자하는 내용이 담긴 전시회가 기습 철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 등은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본래 이때는 ‘굿바이전’ 개막 관련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었다.
민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 역사에서 한 번도 겪지 못한 처참한 사건 앞에 섰다”며 “국회의원 12명이 공동주관한 오늘 전시회가 무참히 짓밟혔다”고 질타했다. 민 의원은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다며 전시회를 원상 복구하라고 외쳤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시회 취지는 시민을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권력, 살아있는 권력 앞에 무력한 언론권력 등을 신명 나게 풍자하는 것”이었다며 “10·29 참사로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판하고 희생자를 기리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탈법, 위법, 불법, 주술로 점철된 윤석열 정권을 풍자하는 작품을 한데 모았고 제 기능과 역할을 망각한 일부 언론에 대한 풍자도 포함했다”며 “이번 전시는 곧 부당한 권력에 더는 시민이 압사당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국회 사무처는 이 같은 다짐을 무단철거라는 야만적 행위로 짓밟았다”며 “풍자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겠다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다”고 힐난했다.
이어 “국회조차 표현의 자유를 용납하지 못하는 현실이 부끄럽다”며 “국회 사무처는 공동주관 의원실에 어제저녁 7시 이후부터 공문을 보냈고 늦은 시간이라 소통이 어려워 다음 날 답을 드리겠다 했지만 철거는 새벽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민 의원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이번 행태는 신학철 화백의 ‘모내기’를 몰수하며 국가보안법 위반이라 낙인 찍은 1989년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 퇴행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이들은 국회 사무처를 항의 방문하기로 했다.
앞서 오늘부터 13일까지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3 굿바이전 인 서울’은 전날 주최 측과 국회 사무처 간 실랑이 끝에 철거됐다. 해당 전시회는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회와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강민정 외 민주당 의원 10명과 무소속인 윤미향·민형배 의원 등 국회의원 12명이 공동주관했다.
전시회는 국회 측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상태였지만 사무처 측에서 입장을 바꿔 해당 전시를 공동 주관한 의원실에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사무처는 공문을 통해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과 로비 사용내규 제6조 제5호를 위반한 작품을 전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전시회가 위반했다고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진철거가 이뤄지지 않자 국회 측은 밤새 철거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시회에서는 윤 대통령 부부와 현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작품이 여럿 포함될 예정이었기에 논란이 예상된 바 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