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제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과 관련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최 교수는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외교부 2차관은 이란을 직접 다루는 사람은 아니고 1차관 담당”이라며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공중파 방송에 나와서 그 정도 얘기했다면 저는 그것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이도훈 외교부 제2차관과 박진 외교부 장관이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적은 이란”이라고 발언한 것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최 교수는 해당 발언을 듣자마자 ‘큰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제가 이란 전문가는 아니지만 윤 대통령의 아크 부대 현장 방문 때 나왔던 발언을 듣는 순간 ‘아, 큰일 났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며 “국빈으로 방문한 방문 국가의 주적관을 손님이 정해준 경우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UAE와 이란이 관계가 개선된다는 동향이 있고 그 지역의 긍정적 변화를 고려할 때 동북아시아 국가의 ‘방문 대통령’이 이 나라와 저 나라는 주적이라고 얘기하는 게 어떻게 보면 ‘저 대통령은 현지 사정을 왜 이렇게 모르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트럼프 정부 때 받은 미국의 단독 제재하에 있다. 북한과는 다른 사례”라며 “중동지역 국가들의 연대 의식이 있다. UAE 포함해 중동 국가들이 이란이 제재하에 있어도 도와주고 있고 교역도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현지 파견된 우리 부대 장병의 사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한 발언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UAE가 어떤 특정 국가한테 명시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UAE는 여러 국가와 협력하고 소통하는 실용적인 국가인데 거기다 대고 안보 상황이 엄중하다고 얘기하는 건 이상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계속해서 두둔하고 있다. 지난 25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기본적으로 사실관계에 맞는 발언”이라고 방어한 바 있다.
지난 26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란 정부가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이유에 대해 “8조원이 넘는 이란의 석유 수출 대금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진행된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오찬에서도 해당 발언에 대한 말보다는 UAE 순방 성과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