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입니다’ 감독 “정치적 답 강요 아냐…‘사람’ 이해했으면” [쿡 인터뷰]

‘문재인입니다’ 감독 “정치적 답 강요 아냐…‘사람’ 이해했으면” [쿡 인터뷰]

이창재 “文·비서실, 영화 ‘내돈내산’ 하겠다고 해”
“정치적 입장 상관없이 관객과 文 연결하는 게 제 역할”

기사승인 2023-05-10 13:00:11
이창재 감독이 9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안소현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 개봉을 앞두고 이창재 감독이 여러 논란과 관련해 의견을 밝혔다. 이 감독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한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도 연출한 바 있다.

이창재 감독은 9일 쿠키뉴스와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온화한 표정의 이 감독은 차분히, 영화를 찍으면서 겪었던 일과 자신이 경험한 문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특히 최근 불거졌던 논란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앞서 “5년간 이룬 성취가 무너졌다”는 취지의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이 담긴 인터뷰 영상이 공개되자 잡음이 일었던 바 있다. 그 후 지난달 29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영화에는 해당 발언이 없어 “논란이 돼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애초에 빠진 이야기였는데 영화 소개를 위해 편집 안 된 영상 중 일부를 골랐던 것이다. 따로 편집할 시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문재인입니다’가 “정치 다큐멘터리가 아닌 인물 다큐”라고 소개했다. ‘문재인’이라는 사람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정치적인 이야기보다는 문 전 대통령의 일상을 담았다고 전했다.

그는 “몇 명만이라도 ‘문재인’이라는 사람에 대해 잘 이해하고, 그 마음이 전해진다면 성공한 것”이라며 “영화를 보면서 편해지면 좋겠다. 그게 제 기획 의도”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입장에 대한 답을 내리는 게 아닌,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게 주목적이라고 밝힌 그의 소회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창재 감독과의 일문일답.

-자기소개를 한다면
▶1994년도부터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올해 30년 차 감독이자, 20년째 대학에서 영화를 가르치고 있는 사람이다. ‘문재인입니다’가 30주년 다큐멘터리가 된 셈이다. ‘제일기획’이라는 광고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나중에 영화를 공부하게 됐다. 같이 일한 제작사의 대표도 제일기획 동기다. 그때 만났던 인연으로 같이 의기투합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문재인입니다’, 내용이 많이 삭제됐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틀 동안 열 몇 시간씩 인터뷰했다. 질문이 바닥날 정도였다. 문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만 가지고도 영화를 만들 수 있을 만큼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기본적으로 문 전 대통령의 캐릭터는 ‘주인공이 되기보다 배경이 되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인물이 문 전 대통령에 관해 얘기하는 게 이 이야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따라 문 전 대통령 스스로 규정한 내용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영화에서도 문 전 대통령을 인터뷰할 때는 화사한 배경이 더 잘 보이고 안은 은은하게 비치는 정도로 촬영했다. 그게 제가 느낀 문 전 대통령의 모습이다. 그리고 “5년간 이룬 성취 무너졌다”는 발언이 담긴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된 후 최종 편집본에서 빠졌단 얘기도 있었는데 애초에 완성본에 없던 내용이었다. 해당 유튜브 채널에서 영화를 5분 정도 소개하고 싶다고 했는데 다 보여주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영화에 안 들어가 있는 내용을 보여주면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쪽에서 ‘짧은 시간에 강렬한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 그런 이야기는 너무 많이 나왔다. 인터뷰를 길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금 시기에 당신께서 하실 만한 이야기가 뭘까 하다가 그걸 꼽은 것이다. 내용은 정말 많았다. 그런데 애초에 빠진 이야기다. 영화 전체적으로 현 시국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갈 만한 맥락이 없어서 이미 빠졌던 건데 (대중에게) 오해가 쌓인 것 같다.

-정치적 문제 담기보다는 ‘문재인의 양산 생활’에 집중한 느낌인데
▶기획 당시 양산생활을 담을 줄은 몰랐는데 양산밖에 없었다. (웃음) ‘정치 다큐’는 정치적인 균형을 위해 양쪽 입장에 다 마이크를 줘야 하고, 결과적으로 의도가 어떻든 (정책을) 잘했느냐, 못했느냐가 판단돼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인물 다큐’다. 현안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를 중심으로 사람을 들여다보려 애썼다. 태도를 보면 그 부분에 대한 내면이 드러날 거라는 목적을 갖고 제작했다. ‘노무현입니다’도 비슷했는데, ‘그래서 옳다는 거냐’라는 주제가 아니다. 어떤 역경을 어떤 태도로 뚫고 나왔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노무현입니다’에서 양쪽 진영의 입장이 나왔던 이유는 그때 당시 ‘경선’이라는 정치적 이야기가 중심이 됐기 때문이지, 이 사람의 ‘정치적 지향점이 뭐였느냐’에 대한 답을 내리기 위해 등장시킨 게 아니다. ‘문재인입니다’에서도 문 전 대통령이 “제가 성공한 대통령이냐”고 말할 때 사실 함성이 되게 컸다. 저는 그걸 잔잔한 음악으로 대체했다. 그 이유는 ‘답’을 강요하지 않고 각자 질문을 갖고 집으로 가면서 생각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김정숙 여사의 모습이 상대적으로 덜 등장하는데, 이유는
▶김 여사님은 소음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셨다. 가끔 블루투스 스피커를 들고 나오셔서 귀에 대고 계시는 것도 봤다. 한 일반 시민으로서 너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수 유튜버들 시위에서) 막말이 너무 많이 나왔고, 못 담는 내용도 많았다. 저도 김 여사님이 밖에 자주 안 나오셔서 “왜 잘 안 나오시느냐” 여쭤보니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답변하셨다. 평산마을 비서실에서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전원생활이 아니라 갇힌 생활”이라고. 어딜 나가도 위협이 있으니 김 여사의 상처가 되게 컸던 것 같다. 짠했다. 또 일부에서 빠진 인터뷰이 등을 보고 “평산마을 비서실이 압박 넣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는 것 같은데, 절대 아니다. 촬영 마치자마자 전화가 딱 한 번 왔다. “우리하고 상의하지 말라”고 하더라. 무슨 말이냐고 하니 문 전 대통령께서 인터뷰에 응한 것까지가 우리(비서실)의 역할이고 영화 편집, 마케팅 등의 영역은 그쪽(제작사)의 역할이니 상의하는 척도 하지 마시라고 전하더라. 사실 영화 임시편집을 마치고 문 전 대통령께 보여 드리려 했다. 그때 나온 말이 “내돈내산하겠다”는 거였다. 처음엔 당황했는데 진짜 안 보시더라. 당신의 이야기에 무심하신 것 같다. 주인공에 대한 위치가 불편한 것 같기도 하다. 옆에서 보면 금방 느껴진다. ‘나를 따르라’ 같은 느낌이 없다. 늘 ‘허허’하고 웃으시며 경청을 잘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제작할 때 치아가 빠질 정도로 힘들었던 이유는
▶부끄러운 일인데 사실은 엄살이다, 엄살. 다른 분들도 청와대에서는 계급순으로 치아가 빠진다고 하더라. 저도 그런 얘기를 듣고 나니 ‘엄살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치아는 두 개가 빠졌다. 하나는 임플란트를 했는데 임플란트를 심은 곳의 잇몸뼈가 녹아 빠졌다. 의사가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몇 개월 있다가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해서 지금도 치아가 빠진 상태로 있다. 30년 다큐멘터리 경력이 있어 내성이 있는데도 이번은 제일 힘들었다. 30년 중 5분의 1을 이 작품에 쏟은 것 같은데 그만큼 더 힘들었던 것 같다. 팀이 만들어졌는데 매일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출발이 힘들었던 것이다. 인터뷰를 50명 넘도록 한 이유도 문 전 대통령이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시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2017년에 (영화 소재가) 마음에 떠올랐다가 2018년부터 추진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나중엔 답답해서 자청해 2019년에 국가기념식 총 연출을 한 적이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서다. 열심히 6개월간 준비해서 완료했는데 문 전 대통령과 악수만 했다. (웃음) 2021년에도 ‘꼭 성공하겠다’는 마음으로 (국가기념식에) 갔는데 김부겸 총리가 오셔서 악수하고 길게 얘기만 나눴다. (웃음) 짝사랑만 5년 한 셈이다. 그게 힘들었다. 그러다 문 전 대통령이 꿈에 나타나 악수하고 격려하길래 길조인가 보다 하고 노력해 영화가 만들어졌다. 그때까지 마음이 참 힘들었던 경험 때문에 치아가 빠진 것 같다.

-최근 일부 ‘문파’ 사이에서 ‘감독이 친명계’라는 등 불매운동 일어나고 있다는데
▶제가 시사에 좀 능하면 정확히 뭐가 어떻게 다른지를 알 텐데, 누가 ‘친명’인지 그런 것도 정확히 모른다. 그렇다고 계급순으로 영화를 찍을 수도 없는 것 아닌가. “김부겸 총리를 인터뷰했는데 왜 영화에 안 나오느냐”라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는 ‘이 이야기에 부합하냐, 아니냐’에만 관심이 있고 ‘이 사람에 대해 평가가 겹치면 어떤 인물의 목소리를 선택할 건가’ 이런 판단을 할 뿐이다. 대통령을 표현하는 데에 누가 더 효과적이느냐를 선택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어떤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걸 알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웃음) 그런 부분에 대해 전혀 반영할 생각이 없었다. 문 전 대통령을 재임 기간 관찰할 수 있었던, 그런 분들이 중요했다. 이 영화는 문 전 대통령이라는 사람에 더 가까이 다가갈 좋은 징검다리가 될 거로 생각한다. ‘노무현입니다’를 보고 아버지께서 직접 전하셨던 건 “노무현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데”라는 말씀이셨다.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이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이해만으로 제게는 의미가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을 모시고 와 관객 옆에 앉히는 게 제 역할이다.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작품을 본 분들의 마음이 딱 바뀌더라. 영화를 보기 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각자의 이미지를 갖고 계신 것 같았는데 그 상을 무너뜨리기보다 부드럽게 만들어준 것 같다. 많은 분이 영화를 보면 편해진다고 하셨는데 제일 좋았던 게 “두 시간 동안 힐링한 기분이다”라는 감상평이었다. 이게 제가 의도한 부분이었다. 거창한 ‘대통령의 입지 전쟁’ 이런 게 아닌, 대통령의 일상에서 추구하고 있는 소박함, 삶의 소품들 등으로 온기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들이 영화를 보고 난 뒤 관객에게 ‘이해’를 주는 것 같다. 어떤 젊은 친구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보고 나서 “문재인을 알고 싶어졌다”고 피드백을 하기도 했다. “첫 다큐멘터리인데 마음에 울림이 있었다”고 말한 이도 있었다. 참 보람이 있다. 몇 명에게만 마음을 전달해도 성공한 셈이다. 그 마음을 잠시라도 느끼셨으면 좋겠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안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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