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 국무위원들과 대통령실에서 간단히 오찬을 한 뒤 기자실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빠져 정치권 일부에서는 논란과 관련한 국민 눈높이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10일 오찬을 가진 뒤 최근 개방한 용산 어린이 정원을 둘러본 뒤 기자실을 찾았다. 윤 대통령의 기자실 방문은 1년여 만이다.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기자실을 돌며 취재진과 인사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취재진에 “고맙다” “수고 많았다” 등 덕담을 한 뒤 오픈 라운지에서 1년의 소회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저희가 방향이 잘못될 때 여러분께서 좋은 지적과 정확한 기사로 저희 정부를 잘 이끌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따로 기자회견을 하지는 않았다. 역대 대통령들은 기자회견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없이 ‘조용한 1주년’을 보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 경제가 어렵고 외교 행사가 이어져 있어 취임 1년 기자회견으로 성과를 부각하기보다는 조용히 국정과 민생을 챙기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대신 여당 지도부, 국무위원들과 오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1년을 되짚고 향후 국정 방향을 재점검하는 자리로 알려졌지만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찬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과 나눈 말씀을 제가 브리핑해 드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해당 자리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배제돼 잡음이 일었다.
전날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 취임 1주년 오찬 행사 초청 대상에 최고위원들이 배제된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할 거리가 산더미 같은데 최고위가 휴업인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아쉽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장 최고위원은 “대통령 취임 1주년 행사에 최고위원들이 배제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당 지도부에서 선출직 최고위원을 빼면 누가 남을 수 있느냐”며 “최소한 양해를 구하는 문자나 전화 한 통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해당 글이 게시된 뒤 30여분 뒤 장 최고위원은 “최고위원들이 배제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선출직 최고위원을 빼면 누가 남을 수 있느냐”라는 문장을 수정했다. 10일 기준 해당 게시글에는 이러한 문장이 없다.
익명의 정치권 관계자는 10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국민적 논란이 되는 사안이어서 1주년 오찬에 (김재원 최고위원, 태영호 의원을) 부르는 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최고위원직을 자진해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태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더는 당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그동안의 모든 논란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며 최고위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했다. 이는 3·8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지 약 두 달 만이다.
태 의원의 자진사퇴는 이날 결정될 자신의 징계 수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4차 회의를 열고 태 의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기로 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