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도 불구하고 한낮 최고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면서 유통업계의 전기료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아닌 자영업자의 경우 식재료값, 인건비, 임대료에 전기료까지 겹쳐지면서 다가올 여름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5일 정부는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8원 인상하기로 했다. 이날부터 적용되는 2분기 전기요금은 기존 kWh당 146.6원에서 kWh당 154.6원으로 올랐다. 앞서 전기요금은 지난해 7월과 10월 인상 이후 올해 1월, 이달 등 모두 4차례나 올랐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업계는 개방형 냉장고에 대한 문 달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CU, GS25 등은 점포에 스마트 에너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가맹점주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17일 한 업계 관계자는 “밀폐형 냉장고 등을 설치해 에너지 절감 효과와 식품 안정성, 이용자 편의성 등을 측정한 결과 일평균 전력 소모량이 줄었다”며 “냉장고 내 이물질 유입도 감소하는 효과가 있어 위생적으로도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본격 여름철이 시작되기 전으로 해서 추가 설치를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제과·제빵 및 커피업계에서는 전기료 관련 본사 지원이 따로 있진 않았다. 다만 최근 물가인상 등과 관련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소비 침체와 더불어 계란, 생크림 등의 원료가격이 급등하고 수급이 불안해지는 등 베이커리와 카페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SPC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가맹점의 매출 활성화를 위해 이벤트용 제품과 원재료인 해바라기유 등을 무상 지원하고, 매출이 하락한 매장에 대해서는 행사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에 따라 정기적인 마케팅 행사의 수요가 줄어든 데 대한 반품 지원도 적극 시행했다”고 덧붙였다.
이디야 관계자도 “가맹점과의 고통분담을 위해 원두가격 8% 인하와 각종 원부자재 무상지원 등 상생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영업자에게 있어서 올 여름은 고통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기 사용량이 많은 카페, 빵집 등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벌써부터 근심이 크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이같은 여름 걱정이 한 가득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 가게 자영업자는 “밤에 매장 문을 활짝 열어놔도 내부 열기 때문에 에어컨을 틀지 않는 이상 장사하기가 어렵다”며 “특히 평일엔 손님도 많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냉방을 해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다른 가게 사장님은 “5월인데 벌서 한 여름 같은 날씨가 시작됐다”며 “차라리 한 여름에는 홀 닫고 배달만으로 돌리는 게 나을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음식 재료값도 다 올랐고 인건비에 임대료 상승하면서 이젠 전기료까지 올랐다”며 “그렇다고 음식 값을 올리는 것도 고민이 많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좋아 외식 수요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는데 가격마저 오르면 그나마 방문하던 손님들도 끊길까봐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또 한 개인 카페 자영업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본사에서 어느 정도 고통 분담이 이뤄지기라도 하겠지만 개인 사업자들은 아무래도 가장 먼저 직격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라본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