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6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부채한도 상향 안의 하원 표결을 앞두고 경계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투심이 얼어붙었다.
3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34.51p(0.41%) 내린 3만2908.27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25.69p(0.61%) 하락한 4179.83, 나스닥지수는 82.14p(0.63%) 떨어진 1만2935.29로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미국 하원의 부채협상안 표결을 대기하며 이날 나온 고용 지표와 대형 기술주의 주가 움직임을 주시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은 지난 28일 부채협상안을 타결했다. 전날 이 협상안은 하원 상임위인 규칙위원회를 통과한 후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본회의 표결은 이날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1일 오전 9시30분) 시작된다. 앞서 미 재무부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으로 6월5일을 제시한 상태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미국의 노동시장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미 노동부가 이날 공개한 4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4월 미국 민간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1010만건이다. 시장 예상치(940만건)를 크게 웃돈데다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구인시장이 여전히 뜨거움을 시사한다. 이는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가 더 오래 이어질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6월부터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이어지고 있다. 전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중앙은행 총재는 연준이 6월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인상을 멈출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0.4로 전월(48.6)보다 떨어졌다.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시장 예상치인 47.0을 밑돌았다. PMI가 50을 밑돌면 위축,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 국면임을 시사한다.
종목별로 보면 S&P500지수 내 에너지, 금융, 산업, 소재 등이 하락했다. 특히 최근 랠리를 주도한 일부 대형 기술 기업의 주가가 내렸다. 인공지능(AI) 인기에 힘입어 전날 장중 시가총액 1조달러를 터치한 엔비디아는 이날 전장 대비 5.68% 떨어졌다. 애플(-0.03%) 마이크로소프트(-0.85%) 구글 모기업 알파벳(-0.65%) 아마존(-0.89%) 등 주가는 하락했다. 반면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반도체업체 인텔 주가는 2분기 매출 호조 전망에 힘입어 4.83% 상승했다.
은행주도 약세를 보였다. 연방예금보험위원회(FDIC)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이 일어난 올해 1분기 예금이 2.5% 감소했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1.66%) JP모건체이스(-1.27%) 웰스파고(-2.86%) 등 금융 관련주는 하락했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어드밴스 오토 파츠 주가는 시장 전망을 밑도는 실적 발표에 35.04% 폭락했다. 제뉴인 파츠(-5.56%) 오토존(-2.76%) 오릴리 오토모티브(-2.67%) 등 또 다른 자동차 부품업체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부채한도 합의한 하원 표결이 X-데이트(6월5일) 전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불거진 불확실성에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하원 표결이 통과하더라도 6월 FOMC로 투자자들의 시선이 옮겨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발 수석 투자 전략가는 CNBC에 “일부 투자자들은 부채한도 상향에 반대하는 강한 의견들로 인해 하원 투표가 실패하거나 통과되기 전 약간의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윌밍턴 트러스트의 토니 로스 최고투자책임자는 AP통신을 통해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더 오랫동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일자리 증가는 연준이 받을 최악의 소식”이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