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최근 폭우로 큰 피해를 당한 충남 지역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이번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포스트 4대강’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장 주민은 이들의 방문이 ‘보여주기식’이라고 비판하면서 구체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충남 공주·부여·청양을 지역구로 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등은 17일 충남의 수해현장을 찾았다.
이날 오전 충남 공주의 한 주택가에서 정 의원은 “4대강 사업 당시 ‘물그릇’을 크게 만들어서 금강 범람을 막았다. 안 그랬으면 넘쳤을 것”이라며 “‘포스트 4대강’ 사업을 해야 한다. (포스트 4대강 사업인) 지류 지천 사업을 해야 수해를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국토교통부에서 하던 수자원 관리를 문재인 정부 때 무리하게 환경부에 일원화한 것도 화를 키운 원인”이라며 “원상복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도 이에 동의했다. 이날 오후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가 발생한 충북 오송 현장을 방문한 김 대표는 주위를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수해방지 대책이) 지금 환경부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그는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호우 상황이 발생하는 게 당연하다는 전제하에서 앞으로의 수해 대책을 다시 세워야 하지 않나”라며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할 부분을 넘어서기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접근할지 부처별 의견을 취합해 당정협의 등을 통해 필요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미 보름 전쯤 지류·지천 정비를 포함한 하천 안전 관리 근본대책을 수립해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관계 부처인 환경부, 국토부, 행정안전부, 소방방재청 등 유관부처가 조합해 치수계획(물 관리 계획)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수자원 관리 기능은 ‘물 관리 일원화’라는 이유로 환경부로 이관됐다. 본래 국토부는 치수계획을, 환경부는 수질 관리를 담당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꼬집고 ‘포스트 4대강’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김 대표는 하천 관리를 지자체에 맡겨두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현장을 이동하면서 “하천 정비 계획 등은 지자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며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어 이날 오후에는 궁평2지하차도 폭우 침수사고 사망자 빈소가 차려진 충북 청주시 서원구 하나노인전문병원을 방문했다.
김 대표는 장례식장에서 나온 뒤 기자들에게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과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렸다”며 “(지하차도 사고) 상황을 확실히 진상을 규명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으면 지위와 신분을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민에게도 요청이 많았던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관련해서는 “(피해 상황이) 파악이 돼야 한다. 집계되는 대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국민의힘이 수해현장을 찾아 앞으로의 계획을 전달했지만 피해 현장 주민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는 분위기다.
김 대표가 이날 오전 충남 청양 청남면 인양리의 농가를 방문해 상황을 점검할 때 농민들은 “와주셔서 감사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뭐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피해 상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이날 “일단 농작물은 물에 잠기면 다 폐기해야 한다”며 “농민의 손해가 심각하다. 보험이 되긴 하지만 자부담도 높고 보험 산정은 항상 ‘깎는 쪽’으로 하기 때문에 농민들은 불만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닐이 남아 있는 건 쓸 수 있겠지만 비닐이 찢어진 곳은 다 거둬들여야 한다. 비용이 엄청나다”며 “부유물이 농경지에 다 흩어져 있는데 병충해와 수거 문제도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농민들은 김 대표가 자리를 떠나려 하자 “(주민의 이야기를 들을) 마이크나 확성기 하나 준비 안 하고 이게 뭐냐” “다 나가라. 대책도 없으면서 사진 찍고 가는 것밖에 더 하느냐”고 소리쳤다.
한 주민은 본지에 “저 사람들이 와서 우리한테 이득 될 게 뭐냐”며 “말로만 보상하겠다, 책임지겠다 하는데 행동으로 보이라 해라”고 전했다.
한편 여야는 수해 피해가 확산하면서 현장 방문으로 피해 상황을 점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국회는 이날 예정됐던 국토교통위원회의 전체회의를 연기하는 등 피해 복구에 힘쓰고 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