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집중 호우로 전국적인 피해가 확산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베트남 출장을 위해 출국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수해 상황에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박정 민주당 의원, 박병석 전 국회의장, 윤준병·최기상 민주당 의원은 베트남·라오스 방문 목적으로 출국했다.
이들은 베트남 국회의장 초청으로 진행되는 출장을 위해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국민의힘 의원 1명도 출장단에 포함됐지만 국민의힘 지도부가 수해 상황을 고려해 ‘해외 출장 자제령’을 내려 출장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는 비판이 거셌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23일 논평에서 “수해 피해가 심각한 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상태인데 이재민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을 처리해야 할 당사자들이 베트남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국회의원에겐 의원 외교가 아닌 수해를 입은 국민을 지원하는 게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라며 “입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 야당이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재난을 정쟁으로 이용하기만 하면 끝이라는 민주당의 저급한 수준을 보여주는 ‘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번 국외 출장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23일 출장단에게 ‘조기 귀국’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사전에 잡힌 일정이지만 수해 기간 중 해외 순방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박 전 국회의장은 베트남 국회의장과의 공식 일정인 것을 감안해 조기 귀국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문가들은 야권에서 집권 여당을 향해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 민주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24일 본지와 통화에서 “수해가 여야 간 정치 쟁점화가 된 상황에서 꼭 가야 했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며 “민주당도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조기 귀국을 말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상황을 대략 알고 있던 상황인데 출국했다는 게 의아하다”며 “야당 쪽에서 문제도 제기했는데 자기들은 ‘전 국회의장’ 등 중진을 포함해 갔다 오는 게 논란이 안 될 수가 없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수해에 대한) 무한 책임은 집권 정부에게 있는 건 맞지만 ‘언제나 비상 상황 대처하라’ ‘우크라이나 순방 때 왜 빨리 안 왔느냐’라고 비판했기 때문에 자신들도 수해 상황에 대처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종근 평론가는 “박정 환노위원장은 여러 입법 활동을 주도해야 할 상임위원장인데 국회의장 보좌 최소 인력만 남기고 자신은 임무를 다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면 비난의 강도가 덜할 텐데 ‘내로남불’ 대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서로의 행위에 대해 무조건 비난부터 하고 본다. 정치인들이 행보의 보폭을 스스로 계속 좁히고 있다”며 “재난 상황에서 정치권은 구조적으로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재발 방지 대책은 무엇인지를 따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장에서 해야 할 일과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 다른데 정치인들은 ‘발목을 묶는’ 정쟁 정치를 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한국 정치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