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관(官)은 저수지(골정지) 데크길을 조성하고 면천향교로 연결되는 2.5km 산책로를 탄생시켰다. 둘째, 민(民)은 복원된 면천읍성 안에 각기 특색있는 점포를 내고 있었다. 한 관광객이 “번잡한 경주 황리단길, 전주 한옥마을보다 운치있고 정감있어 좋다”며 탄성을 질렀다.
연암 박지원(1737~1805)은 말년에 면천군수를 약 2년간 지냈다. 저수지를 정비하고 그 안에 정자를 지었다. 정자 이름(乾坤一草亭)은 일찍 죽은 북학파 친구 홍대용을 생각하며 그의 시에서 따왔다.
저수지 데크길에는 아들이 전하는 박지원 군수 때 일화들이 판넬로 걸려있다. 귀신들린 여자가 “군수에게 붙어 살아야겠다”며 날뛰었다. 박지원이 아랑곳하지 않고 쩌렁쩌렁한 큰 목소리로 관아 일을 보니, 귀신도 놀라 달아나 그 여자 병이 나았다. 그는 면천군수시절 유명한 농사책 ‘과농소초’를 지었다.
저수지를 둘러보고 읍성으로 들어서면 맨처음 ‘그 미술관’이 나타난다. 5년여 전 자리잡은 원조격 시설이다. 유료시설인데 지금은 휴관 중이다. 면천은 콩국수로 유명하다. 너댓집이 성업 중이다. 그러고 보니 콩밭이 많이 눈에 띈다. 물맛이 좋아 막걸리와 콩국수가 맛있다고 한다.
왼편에 공출판사, 책방 오래된 미래, 진달래상회가 나란히 눈에 들어왔다. 맞은편은 옛 면천군 관아가 있던 자리이다. 손님이 머물던 객사 복원이 한창이고 그 옆에 1100년 됐다는 은행나무가 있다. 이 나무에 태조 왕건의 충신 복지겸 모녀 전설이 서려있다.
예쁜 소품 상점인 진달래상회 이름도 그 전설과 관련 있다. 면천의 명주, 두견주 일명 진달래술이 떠올랐다. 윤미경 대표에게 근래의 면천읍성 변화에 대해 들었다. 서양화 전공인 윤 대표는 그 미술관에 왔다가 면천이 좋아 정착했다. 책방과 미술관을 오가며 지내다, 바로 옆 옛 막걸리집을 빌려 4년전 진달래상회를 냈다. 10여m 떨어져 100여년 전 우체국을 개조한 카페 미인상회(米人相會)가 있다. 쌀케이크와 사람이 서로 만나는 곳이다.
윤 대표는 “이곳 가게들은 서로가 도와 개업했다”면서 “토박이 주민들이 단골인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1년여 전 파스타집 덕부엌을 낸 이덕순 대표는 마을소식지 창간호에 주민들 도움에 고마움의 글을 실었다. “당진에선 어디를 가야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있는지 알려주는 아저씨, 타지서 외로울까 함께 밥먹자는 아주머니 … 포크 사용 낯설어도 파스타 먹어보는 이웃들 … ‘당진에서 잘 자리잡고, 잘 살아봐라’라고 몸으로 응원하는 듯 느껴진다.”
이 넓지 않은 면천읍성이 향후 어떻게 달라질까. 당진시와 신구(新舊) 주민들의 멋진 콜라보가 기대된다. 면천읍성이 충남의 1번 명소임을 확신한다.
당진=조한필 기자 chohp1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