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추방 논의한 독일 극우 세력…25만명 규탄 시위

이민자 추방 논의한 독일 극우 세력…25만명 규탄 시위

기사승인 2024-01-21 14:03:58
20일 독일 카셀에서 열린 우파 극단주의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사람들이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 극우 세력이 이민자 추방을 논의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이에 대항하기 위한 규탄 시위가 점점 확산하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독일 시민 약 25만명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약 3만5000명의 시민이 “AfD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자” 등의 구호를 내걸고 행진했다. 하노버에서 열린 집회에도 비슷한 인원이 모였으며, 일부 참가자들은 “나치는 가라” 등이 적힌 포스터를 들었다. 에르푸르트, 도르트문트 등의 도시에서도 시민들이 대거 거리로 나왔다.

21일에는 베를린에서 시위가 예정돼 있다. 독일 전역에서 이틀 동안 약 100곳에서 AfD를 성토하는 집회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19일 밤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시위가) 훌륭하고 옳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CNN은 “독일 극우 세력 AfD가 이주민 추방 계획과 관련해 거센 시위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AfD는 당원들과 극단주의자들이 이주민 수백만명을 독일에서 추방하는 방안을 논의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0일 코렉티브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포츠담의 한 호텔에서 이주민 추방을 논의하는 모임이 있었다. 해당 자리에는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의 고문이자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롤란트 하르트비히, 현직 하원의원 게리트 후이 등 AfD 소속 정치인 4명이 참석했다. 이외에도 네오나치주의자와 극우단체 ‘정체성 운동(IB)’ 활동가들이 여럿 포함됐으며 이주민 추방 구상에는 AfD가 집권할 경우 북아프리카에 최대 200만명을 이주시키는 방안이 언급됐다.

AfD는 이주민 추방 계획이 당의 정책이라는 점을 부인했다. AfD 지도부는 관련 모임이 당 행사가 아니라며 거리를 뒀지만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순 없었다. 튀링겐주 AfD 대표인 비외른 회케를 정치권에서 퇴출해달라는 청원에는 약 100만명이 서명했다.

숄츠 총리를 포함한 주요 정치인들도 이주민 추방 계획이 독일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야당인 기독민주당(CDU)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극우 극단주의에 맞서 수천명이 평화롭게 시위하는 것을 매우 권장한다”고 전했다.

독일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극우 정당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증폭됐다.

AfD는 반 유럽연합을 내걸고 지난 2013년 창당했다. 이들은 독일에 급속도로 퍼진 반이민 정서를 타고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오는 9월로 예정된 주의회 선거에서는 처음으로 주총리를 배출할 가능성도 관측된다.

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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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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