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야권 추천인 김유진 위원이 법원 판결에 따라 위원 직위를 다시 얻었으나 심의엔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소위 배정을 받지 못해서다. 김 위원은 5일 방심위 방송소위원회 회의장에 참석했으나 회의에선 배제됐다.
김 위원은 이날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심위 방송소위 회의에 앞서 류희림 위원장과 5분여간 면담한 후 이같이 알렸다. 김 위원은 “류 위원장은 ‘옥시찬 위원에 대한 가처분 결정이 나기 전까진 소위 배정을 할 수 없다며 오늘 회의엔 들어올 수 없다’고 했다”며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옥 위원 가처분 결과를 보고 소위 배정을 하겠다는 논리대로라면, 제가 신청한 가처분이 결정되기 전에 (새로 임명된) 문재완·이정옥 위원의 소위 배정을 해선 안 됐다. 제가 해촉 건의에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선 법원판단을 기다린 후 새 위원을 소위에 배정하시는 게 맞다. 그러나 류 위원장은 새 위원들이 위촉되자마자 소위에 배정했다”고 지적했다.
류 위원장은 “소위 배정엔 고려할 요소가 여러 가지라 옥 위원에 대한 가처분 심리 결과를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옥 위원의 가처분 결과가 나오면 신속히 소위를 배정하겠다고 김 위원에게도 말씀드렸다”며 “김 위원은 저를 만나 (소위 배정이 늦어지는 데 대한) 제 입장을 들을 수도 있었는데, 불쑥 성명서를 내서 제가 의도적으로 소위 배정을 안 하는 듯한 인상을 줘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과 옥 위원은 야권이 추천한 인사로, 올해 초 류 위원장의 이른바 ‘민원 사주 의혹’에 항의하다 해촉됐다. 이 자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추천한 문재완 위원과 이정옥 위원으로 채워졌다. 김 위원과 옥 위원 모두 법원에 해촉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김 위원이 먼저 인용 판결을 받았다.
현재 방심위는 여권 추천위원 6명과 야권 추천위원 1명으로 운영되는 상태다. 홀로 남은 야권 추천 윤성옥 위원은 심의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류 위원장은 지난달 윤 위원에게 심의 복귀를 요청했으나 윤 위원은 “저의 심의중단 결정은 대통령의 부당한 인사권 행사와 권한 남용, 류 위원장의 비민주적·비상식적 운영에 대한 강력한 항의이자 거부권 행사”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위원은 “류 위원장은 지난달 윤 위원에게 회의 참여를 당부하며 보낸 서한에서 ‘방심위 위원회 심의는 국민에게서 부여받은 소중한 책무’라고 했다. 나는 그 책무를 다하기 위해 회의에 참석했으나 납득할 수 없는 위원장의 판단에 따라 회의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을 명백하게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