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을 위한 ‘동진학교’(가칭)가 서울 중랑구에 개교를 3년 앞뒀다. 시교육청은 동진학교 설립을 위해 지난 2012년부터 부지 선정을 시도했다. 인근 주민과 토지 소유주들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되던 끝에 설립이 추진된다. 현재 부지는 인근 주민 대상 설명회가 이뤄지지 않았다. 착공을 앞두고 일부 주민들은 설립 사실을 모르고 있는 가운데, 지역 반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동진학교는 지난 2012년 설립 논의를 시작해 오는 2027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총 18학급 111명을 수용한다. 현재 시 교육청은 사업부지 내 토지 소유자들과 보상 협의를 시작한 상태다. 학교 내에는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 커뮤니티시설 등 주민 복합화시설이 건립될 예정이다.
중랑구는 서울에서 동대문구와 함께 특수학교가 없는 지역이다. 특수학교는 장애인 교육을 위해 일반 학교와는 별도로 설립하는 교육 기관이다. 중랑구 거주 장애 학생들은 그간 다른 자치구 내 특수학교로 다니면서 통학에 어려움을 겪었다.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서울 관내 장애 학생 중 약 34%가 왕복 1시간 이상 거리로 통학하고 있다. 약 3.8%는 왕복 2시간 이상의 거리로 등교한다.
중랑구 거주 장애 자녀 학부모 단체인 사단법인 중랑통합부모회 이현배 상임고문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등교한다”며 “(특수학교가 없는) 동대문구와 중랑구 장애 학생들은 몇 년을 기다리다가 졸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중랑구 거주 장애 학생들은 통학 버스를 타고 1~2시간 이상을 걸려 등교한다”고 호소했다.
특수학교 설립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제다. 주민 반대로 무산되거나 미뤄지는 경우가 많다. 설립되더라도 한적한 변두리에 들어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앞서 지난 2020년 서울 강서구에 문을 연 ‘서진학교’는 발달장애 학부모들의 애절함으로 지어졌다. 4년 전 학부모들은 설립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무릎까지 꿇어가며 호소했다. 이처럼 특수학교 설립과 부지 활용 방안을 두고 지역 주민과 교육청, 장애 학부모들의 갈등은 수년간 계속됐다.
그럼에도 특수학교 설립 과정에서 주민 설명회를 여는 건 필수 절차가 아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대규모 개발 사업 등은 주민 공청회를 해서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하는 법이 있지만, 학교 설립은 공청회가 의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지난 2012년부터 8차례 부지를 검토하고 변경했다. 그 기간 주민 대상으로 설명회나 간담회가 열린 건 세 번에 그친다. 이조차도 학교 부지를 중랑구 신내동 700-11번지로 확정한 이후로는 없었다.부지 인근 거주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부지 확정에 앞서 합의를 구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랑구에 4년째 거주 중인 이모(45)씨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같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근처 거주 중이지만, 몰랐다.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먼저 이해를 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랑구에서 택시를 몰고 있는 A씨도 “매일 다니는 길인데 (학교가 들어서는 건) 처음 들었다”며 “(본인은)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착공 이후에 주민 반발이 일어나 무산될까 봐서 걱정이다”고 말했다. 취재진을 통해 설립 소식을 접하고 불만을 토로하는 주민도 있었다. 나모(60대)씨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 걱정된다”며 “예전부터 생긴다는 말은 많았다. 인근 거주 주민들한테 설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동진학교 설립 예정지의 미래 가치에 대해서도 공감한다. 이에 따른 보상 절차도 진행 중”이라며 “착공 후 주민 반발이 있을 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