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약사 직원을 의사 집회에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의료 현장에서 의사의 갑질이나 불법 리베이트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다.
보건복지부는 3월21일부터 5월20일까지 2개월간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2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사들이 의대 증원 반대 집회에 제약회사 직원들이 참석하도록 강압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사복 입고 와서 의사인 척 시위에 참여하라고 한다. 시위에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은 제약회사 직원일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이내 삭제됐으나 의사들의 갑질 논란이 일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해당 게시글을 올린 작성자를 고소했고, 익명 커뮤니티에선 ‘의사의 사적인 잡일까지 도맡고 있다’는 제약사 영업사원의 폭로가 이어졌다. 의료계 익명 커뮤니티에는 해당 직원이 소속된 제약사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글도 게재됐다.
이에 정부는 불법행위를 근절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지난 의사 집회 때 제약회사 영업사원 동원을 강요했단 제보가 있어 현재 경찰이 조사 중”이라며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를 근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무 특성상 내부 제보가 아니고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알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신고 기간을 운영해 불법이 근절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신고 대상은 제약사 등 의약품 공급자나 의료기기사가 의약품·의료기기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의료인 등에게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와 의료인 등이 이를 수수하는 행위다.
제약회사가 자사 의약품을 신규 처방한 병·의원에 의약품 채택료(랜딩비) 명목으로 현금을 제공하거나 처방을 약속한 병·의원에 선지원금 제공, 의사에 시장조사 사례비 명목으로 현금을 제공한 행위 등이 포함된다. 이외에도 제약회사 직원이 지방 출장 대리운전, 가족 행사 참석 및 보조, 의사단체 집회 참석, 학회·예비군 대리 출석, 음식 배달, 창고 정리, 심부름 등을 의사에게 제공한 행위도 단속 대상이다.
불법 리베이트는 방문·우편, 인터넷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국민콜(110) 또는 부패·공익신고 전화(1398)를 통한 신고 상담도 가능하다. 접수된 신고는 사실 확인 후 경찰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조사·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해 관계 기관과 공조를 통해 처리된다.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섞인다. 익명을 요구한 A제약사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영업사원들의 어려움에 공감해 대책을 내놨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공정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반면 B제약사 관계자는 집중 신고 기간 효과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조치는 제약기업들이 ‘정도 경영’에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내부 고발에 따른 불이익이 두려워 선뜻 나설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면서 “고발자를 확실하게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부는 신고접수 단계부터 비밀 보장과 신분 보장, 불이익 사전 예방, 신변 보호를 통해 신고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불법행위에 가담했더라도 처벌이 감면되도록 책임 감면을 적극 적용할 계획이다. 신고에 따라 부당이익이 환수되는 등 공익에 기여하는 경우 최대 30억원의 보상금 또는 최대 5억원의 포상금도 지급한다.
박 차관은 “불법 리베이트는 의약품 오남용을 초래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라며 “내부 신고가 아니면 적발이 어려운 만큼 신고자 보호·보상을 강화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