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4일 본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150나노(0.15㎛) 질화갈륨(GaN) 마이크로파집적회로(MMIC) 프로세스 설계키트(PDK)를 공개했다.
150나노 질화갈륨반도체는 현재 세계 6개 기관에서만 파운드리 생산이 가능하다.
차세대 전략기술 국산화 성공
질화갈륨반도체는 고출력, 고전압, 고효율의 특성이 있어 함정과 항공기의 레이더 소재로 사용되며, 이는 기존 레이더 대비 압도적 성능을 발휘해 전장의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여겨진다.
또 질화갈륨반도체는 기존 실리콘반도체 소자 대비 10배 이상의 신호처리 속도를 갖는 차세대 6G통신의 핵심 기술로도 꼽힌다.
때문에 미국 등 질화갈륨반도체 기술 보유국은 해당 기술과 제품 유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ETRI는 지난 36년 동안 팹을 운영하며 화합물반도체 관련 기술을 축적, 이번에 질화갈륨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ETRI는 미세패턴, 식각 등 주요 공정의 기술 노하우를 축적, 수율과 신뢰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국제 기술경쟁 격화와 공급망 이슈로 어려움을 겪던 국내 기업에게 단비가 될 전망이다.
칩 설계기술 기업에 무상 제공
ETRI는 이번게 개발한 기술과 설계환경까지 관련 기업에 무상 제공할 방침이다.
파운드리는 공정에 맞는 프로세스 설계키트(PDK)가 필수다. 이번에 PDK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 맞춤형 파운드리 서비스 지원이 가능해진 것이다.
ETRI는 올해부터 기업에게 이에 대한 시범서비스를 무상 지원한다.
우선 ETRI는 이달 중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서비스 관련 제안서를 받아 4개 기업을 선정, 올 하반기 1차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어 2026년까지 매년 4개 기업을 선정, 총 12개 기업에게 수요를 받아 칩 생산까지 무료로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ETRI는 이미 보유한 4인치 질화갈륨반도체 제작 일괄공정기술과 생산 팹을 활용, 해외 업체와 대등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ETRI는 전자소자 특성을 결정짓는 미세 게이트 형성기술을 포함한 MMIC 부품 공정기술과 설계기술 개발을 완료, 자체 화합물 팹에서 소자 성능검증을 마치고 파운드리 시범서비스를 실시한다.
ETRI가 제공하는 프로세스 설계키트는 소자 정보와 모델, 레이아웃 및 회로 검증을 포함한 MMIC 설계 환경을 제공해 사용자가 파운드리 서비스를 쉽게 활용토록 문턱을 낮췄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용 300~400나노(0.3~0.4㎛) 질화갈륨반도체 파운드리 상용 서비스만 제공됐다.
K-방산, 관련 산·학·연 성과확대 기대
ETRI가 개발한 기술은 소자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Ka-밴드 주파수 대역까지 지원하는 MMIC 제작이 가능하다.
질화갈륨 소자의 동작 주파수는 게이트 길이에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제작 가능한 기존 MMIC 동작 주파수는 X-band(~8㎓) 이하 대역으로 제한됐다.
이번에 ETRI가 제공하는 150나노급 서비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초미세패턴 적용으로 반도체 화합물 물성이 우수해 20~30㎓에서도 동작할 수 있다.
ETRI는 이번 서비스 제공으로 국방기업은 물론 관련 산·학·연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ETRI 팹 공정에 맞는 회로 설계환경을 제공함에 따라 향후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자립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ETRI는 시범서비스 진행상황을 검토하고 사용자 의견을 수집, 질화갈륨반도체 기술 수준을 향상시키는 한편 ICT 핵심 분야 경쟁력 확보를 위해 후속연구를 이어갈 방침이다.
ETRI 방승찬 원장은 “이번 연구성과는 그동안 해외에 의존하던 질화갈륨 관련 공정의 자립화를 이룬 것으로, 차세대 이동통신, 고성능 레이다 등 전략기술의 국산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며 “질화갈륨 무선통신 소자 시장규모만 2028년 3조 6,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ETRI는 이번 연구를 토대로 국내 기업과 공동연구를 진행해 질화갈륨 고출력소자부품을 개발, 차세대 이지스함 레이더 체계적합성 시험을 통과했다.
대덕특구=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