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직이 LH사장을 흔들었다 [취재진담]

겸직이 LH사장을 흔들었다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4-10-12 06:00:06
국정감사 피감기관을 대표하는 증인을 숱하게 봤지만,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만큼 기백이 넘치는 기관장을 보진 못했다. 수행을 받으며 국회 본청 출입 로비를 가로지르는 그에게서 감사를 치르는 이의 모습을 찾긴 어려웠다. 감사를 빈틈없이 준비했나보다 싶었다. 

이 사장은 실제로도 잘 대응했다. 기관 증인은 출석 전 예상 질의와 답변을 준비한다. 지난해 국감 최대 화두인 전관 카르텔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준비한 ‘반성문’을 읽으며 고비를 넘겼다. 궁지에 몰릴 땐 모르쇠로 일관했다. 국감 2년차 다운 노련함을 보였다. 

그런 그가 흔들렸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그의 겸직을 지적하면서다. 이 사장은 국가비전연구원 이사장, 한국교통기술사협회 상임고문을 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두 건 모두 신고 되지 않았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LH 임직원은 겸직할 수 없다. 비영리 업무여도 국토교통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LH토지주택연구원장 인선 공정성도 지적됐다. 올해 7월 취임한 정창무 LH토지주택연구원장은 국가비전연구원 이사 출신이다. 인사권자가 이 사장이란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사장은 질문을 받고 당황해했다. 겸직금지 규정을 어긴 사실을 인정하고부턴 내내 말을 더듬었다. 얼굴도 붉혔다. 준비한 답변도 시간에 쫓겨 제대로 못했다. 그는 ‘정 원장이 전 직장 동료인 점을 인지하지 못했고, 기술사 자격보유자라서 협회 상임고문을 겸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질의 이후 잠시 정회했는데, 이 사장이 볼일을 보러가던 중 대뜸 수행직원을 꾸짖었다. ‘…왜 의심하게 만드느냐…’ 어렴풋이 들린 그의 목소리엔 날이 서있었다. 과거 이력이 도마에 오르자 명성에 금이 갈 걸 우려한 푸념으로 들렸다. 심기가 불편해진 그의 곁에서 쩔쩔매는 간부도 보였다.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 과제가 산더미인 기관의 수장이 굳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겸직을 해야할 필요성은 적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신고가 누락됐다면, 이 사장은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잘 소명해야 할 것이다. 상급기관인 국토교통부도 관련 내용을 파악해 종합감사 때 보고할 예정이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송금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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