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장은 실제로도 잘 대응했다. 기관 증인은 출석 전 예상 질의와 답변을 준비한다. 지난해 국감 최대 화두인 전관 카르텔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준비한 ‘반성문’을 읽으며 고비를 넘겼다. 궁지에 몰릴 땐 모르쇠로 일관했다. 국감 2년차 다운 노련함을 보였다.
그런 그가 흔들렸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그의 겸직을 지적하면서다. 이 사장은 국가비전연구원 이사장, 한국교통기술사협회 상임고문을 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두 건 모두 신고 되지 않았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LH 임직원은 겸직할 수 없다. 비영리 업무여도 국토교통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LH토지주택연구원장 인선 공정성도 지적됐다. 올해 7월 취임한 정창무 LH토지주택연구원장은 국가비전연구원 이사 출신이다. 인사권자가 이 사장이란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사장은 질문을 받고 당황해했다. 겸직금지 규정을 어긴 사실을 인정하고부턴 내내 말을 더듬었다. 얼굴도 붉혔다. 준비한 답변도 시간에 쫓겨 제대로 못했다. 그는 ‘정 원장이 전 직장 동료인 점을 인지하지 못했고, 기술사 자격보유자라서 협회 상임고문을 겸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질의 이후 잠시 정회했는데, 이 사장이 볼일을 보러가던 중 대뜸 수행직원을 꾸짖었다. ‘…왜 의심하게 만드느냐…’ 어렴풋이 들린 그의 목소리엔 날이 서있었다. 과거 이력이 도마에 오르자 명성에 금이 갈 걸 우려한 푸념으로 들렸다. 심기가 불편해진 그의 곁에서 쩔쩔매는 간부도 보였다.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 과제가 산더미인 기관의 수장이 굳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겸직을 해야할 필요성은 적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신고가 누락됐다면, 이 사장은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잘 소명해야 할 것이다. 상급기관인 국토교통부도 관련 내용을 파악해 종합감사 때 보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