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 소경(小景)
“허름한 철공소 옆에서
커피가 로스팅 되고 빵이 구워진다.
쇠 깎이는 소리와 용접불꽃,
기름으로 범벅된
장인의 땀 냄새와
MZ세대의 향기.
아파트 숲 속 외딴 섬
문래동 골목은
전혀 다른 두 색깔이 혼합되면서
오늘도 색다른 그림을 연출하고 있다.
낡은 흑백 TV 속 드라마와
컬러 텔레비전 예능이
공존하는 곳
그래서 문래동은
쉬엄 쉬엄 엿보는 재미가 있다.”
-김상영 作-
휴일인 지난 12일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거리에서 만난 김상영(62) 사진가는 문래동 뒷골목 풍경을 이렇게 노래했다.
문래동 철공소 거리는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철공단지지만 여러해 전부터 골목마다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젊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핫 플레이스’가 된 곳이다.
방적 기계인 ‘물레’에서 유래한 문래동 철강단지는 7~80년대 철강산업 발전과 함께 전성기를 누렸지만 외환위기와 철강 공장들이 수도권으로 이전하면서 지금은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원자재 판매부터 첨단 가공까지 이루어지는 철강단지에서는 “문래동 장인 10명이 모이면 탱크도 만들고 미사일도 만든다’”며 최고의 기술력과 함께 자긍심을 가지고 땀 흘리며 일하는 산업 현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귓가를 울리던 기계음과 용접 불꽃, 코끝을 맴돌았던 기름냄새, 쇳냄새도 투박한 철공 골목도 땅거미가 지고 가로등이 켜지면 어느 새 젊음의 거리로 변신하다.
이따금 카메라를 메고 이곳을 찾는 김상영 작가는 “차가운 소재인 철제품들이 광선의 방향, 유무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해 작가의 촬영 욕구를 북돋운다”면서 “원래 면과 선으로 구성된 도시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진솔하게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성수동이나 을지로 못지않게 낮과 밤의 모습이 확연히 다른 이곳도 작가들에게는 매력적인 촬영 명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