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의 최고 책임자를 뽑는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정근식 후보가 당선됐다. 1년 8개월의 짧은 임기지만 서울교육 수장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하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저조했다. 50.72%(74만8805표)의 득표율로 당선된 정 후보는 유권자 832만명 가운데 100만명의 표도 얻지 못하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교육감 직선제 실시 이래 가장 낮은 투표율(23.5%)을 보였다. 서울 시민의 교육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투표율이 낮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낮은 투표율은 교육에 대한 무관심이라기보다는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정확하다. 역대 교육감 후보자들의 잦은 불법행위와 사법 리스크 그리고 교육의 정쟁화는 유권자들의 피로감을 증폭시켰다.
무늬만 직선제를 표방하고 있는 선거제도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현행법은 교육감의 정치 중립성 보장을 위해 정당의 교육감 후보 공천을 금지하고 있다. 당적 제한도 있다.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 1년 전부터 당적을 보유해서도 안 된다. 교육감이 가지는 위치와 상징성 때문에 전문성도 중시한다. 교육 관련 경력이 3년 이상이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비로소 후보에 등록할 수 있다.
다방면으로 정치적 제한을 두는 등 엄격한 후보등록 절차에도 현재 교육감 선거는 형식적인 정치적 중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당 공천이 불가능해 후보에게 부여된 기호가 없음에도 후보들은 스스로를 진보 진영 후보, 보수 진영 후보라고 설명한다.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정당 고유의 색을 활용한 선거유세도 이어간다. 말로만 정치적 중립인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은 새로운 도전과 미래 앞에 놓여있다. 국가대항전이 된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잡고,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산적한 과제도 많다. 오는 2025년 본격 도입을 앞둔 디지털 교과서와 늘봄학교부터 수능 제도 개편과 독서교육 등 백년대계 수립을 목표로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교육감 선거제도 개편은 과거의 논의를 되풀이하는 수준이다.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 제도, 교육감 임명제 등은 이미 10년 전 논의된 내용이다. 선거철 이슈성 법안 발의에 그치는 수준인지라 진전된 논의는 보이지 않고 있다.
다음 선거까지 1년 8개월이 남았다. 교육감의 교육철학과 비전에 따라 교육정책의 방향이 정해지는 만큼 최선의 대안을 찾기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선거비용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한다. 능력 있는 후보자가 교육을 책임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교육감협의회와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가 모여 교육감의 대표성을 높이는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