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보험사기를 적발해 수사기관에 넘기더라도 지급한 보험금을 거의 환수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사가 사기로 지급한 보험금을 환수하지 못하면 그 비용을 다른 보험소비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전가할 우려가 있다.
21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상위 5개 손해보험사가 수사기관에 의뢰한 사기혐의 추정 금액은 6112억원이다. 이 가운데 787억원(12.9%)이 환수됐다. 같은 기간 상위 5개 생명보험사는 1172억원 규모의 사기혐의 추정 금액을 수사의뢰했다. 이 중 148억원(12.6%)이 환수됐다.
보험사는 점점 많은 금액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하고 있지만 환수 비율은 줄었다. 손해보험사는 지난 2020년 1569억원, 지난해에는 1762억원의 혐의금액을 경찰에 넘겼다. 그 중 환수액이 차지한 비율은 2020년 11.4%에서 지난해 11.0%로 떨어졌다. 생명보험사는 같은 기간 238억원에서 319억원으로 경찰에 넘긴 혐의금액이 증가했다. 환수 비율은 16.8%에서 12.2%로 줄었다.
보험사는 자체 조사로 보험사기를 적발한다. 혐의자가 보험사 조사를 인정하지 않으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수사 의뢰 증가는 보험사 자체 조사로 사기를 증명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시간이 지연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올해 적발하고 절차를 밟아서 내년에 수사의뢰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가 자체 적발한 보험사기 규모 추이를 보면 손해보험사의 수사의뢰 혐의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사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지난 2020년 7103억원에서 지난해 1조149억원으로 약 43% 증가했다. 자동차보험사기 등은 목격자나 동승자가 있고 증거 확보가 용이한 경우가 많아 적발가능성이 높다.
반면 생명보험사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지난 2020년 433억원에서 지난해 28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생명보험사기는 경찰 수사를 진행하더라도 실행과 적발이 비교적 어렵기 때문이다. 생보사기는 고의로 사고를 유발하고 입원비나 장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하는 수법이 대부분이다. 사고일로부터 장기간 경과한 뒤에 보험금을 청구하다 보니 조사가 오래 걸리고, 피보험자 단독사고가 많아 입증이 쉽지 않다.
이정문 의원은 “매년 증가하는 보험사기를 근절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